맥 드마르코 “나에겐 음악 만드는 과정 자체가 커다란 힐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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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내한공연 가진 캐나다의 세계적 인디음악가 맥 드마르코
“지난번처럼 혁오가 오프닝 밴드, 그의 음악은 언제나 쿨하고 좋아”

지난달 30일 양국의 괴짜 음악가가 만났다. 밴드 혁오와 캐나다 가수 맥 드마르코(가운데 줄 흰옷). 혁오는 “꼼장어(먹장어) 먹어봤냐”라고 물었고 드마르코는 “미국에 오면 한국식 사우나에 꼭 가보라”고 응수했다. 안웅철 작가 제공
지난달 30일 양국의 괴짜 음악가가 만났다. 밴드 혁오와 캐나다 가수 맥 드마르코(가운데 줄 흰옷). 혁오는 “꼼장어(먹장어) 먹어봤냐”라고 물었고 드마르코는 “미국에 오면 한국식 사우나에 꼭 가보라”고 응수했다. 안웅철 작가 제공
“몇 년 동안 음반 산업 굴러가는 방식에 충분히 놀아난 것 같아. 이젠 좀 지쳐. 지긋지긋하다고.”

오후 7시인데도 여전히 쨍한 땡볕 아래. 매미가 지독하게 울어댔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 뒤편.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맥 드마르코(28)가 먼저 시멘트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철퍼덕 앉았다. ‘제멋대로 인디 팝 스타’로 이름난 그답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100만 명, 인디 음악계의 슈퍼스타와 나란히 앉으니 동네친구라도 된 듯했다. ‘쿨한’ 맥과의 일문일답.

―근작(2017년 ‘This Old Dog’) 가사를 보면 지나간 나날, 흩어진 꿈 타령이 많아. 이제 겨우 스물여덟인데 꼭 마흔여덟처럼 굴더라고.

“스무 살 때부터 세계로 순회공연 정말 많이 다녔어. 많이 만나고 많이 겪었거든. 그래서 자꾸 돌아보게 되나봐. 미래, 계획, 목표, 포부…. 이런 데는 나 관심 없으니까.”

―꼭 레코드 고장 난 것처럼 울렁거리는 특유의 사운드가 매력 있던데….

“음악 녹음할 때 옛날식으로 릴 테이프를 쓰거든. 그걸 쓰면 신시사이저, 드럼머신, 기타가 더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져. 요즘은 어디든 컴퓨터적인 소리가 넘쳐나잖아. 그런 게 싫어. 감정이 다 제거된 느낌이야.”

―음악 분위기는 게으르고 로파이(lo-fi·일부러 저예산 방식으로 음악을 제작하는 것)인데, 창작 열정은 또 대단한 것 같아. 좀 모순 아냐?

“그렇긴 해. 근데 나한테는 그냥 음악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자기 치유거든. 듣는 사람들도 똑같이 느꼈으면 좋겠어. 그게 다야. 게다가 창조란 건 굉장히 중독적인 일이지.”

―2015년 첫 내한 때도 오프닝 밴드가 혁오였지? 이번에도 그렇고. 혁오 어때?

“그때 얼핏 들었을 땐 킹 크룰(영국 음악가) 같았는데 새 앨범에선 스타일이 달라졌더라. 어쨌든 음악 쿨하고 좋아. 요즘 잘나간다며?”

―그렇지. 그건 그렇고, 쉰여덟 살쯤 되면 뭐 하고 있을까?

“일단은 살아있었으면 좋겠네. 가능하면 음악 일하면서. 가족도 갖고. 더 못생겨져 있겠지만. 뭐 괜찮아.”

―요즘 새로 빠진 음악 있어?


“사카모토 류이치 새 앨범 ‘async’, 그리고 신중현. 좋아하는 미국 음반사에서 CD를 보내줘서 알게 됐어. 내가 매일 밤 연주하는 것과 다른 종류의 음악이라면 난 뭐든 좋아. 헤헤.”

드마르코는 자신의 CD에 무작위로 집주소를 넣어둔다. 그걸 보고 찾아온 팬에게 직접 커피를 대접한다. 이후 그는 기자에게 명함 한 장을 건넸다. 거기 적힌 웹사이트 주소를 검색하니 드마르코의 밴드 연습 과정을 중계하는 유튜브 비밀 계정으로 연결됐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맥 드마르코#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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