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창 교수 “정치-역사의 큰 틀 속에서 살아내는 힘없는 개인에 주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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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 김우창 교수

김우창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은 “급변하는 세계를 자기만의 시선으로 포착해 내는 다양한 연령층의 작가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김우창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은 “급변하는 세계를 자기만의 시선으로 포착해 내는 다양한 연령층의 작가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올해 8회를 맞는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 5명에 아미타브 고시(62·인도), 이스마일 카다레(82·알바니아), 존 밴빌(73·아일랜드), 리처드 포드(74·미국), 살만 루슈디(71·인도 출신 영국인)가 선정됐다.

‘토지’를 쓴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된 이 상은 국내외 작가들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한국 최초의 세계문학상이다. 올해 심사위원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권기대 번역가, 김성곤 서울대 명예교수, 김승옥 고려대 명예교수, 이세기 소설가, 최현무 서강대 교수다.

1일 만난 심사위원장 김우창 교수는 후보자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정치, 역사 같은 큰 틀에서 개인이 내린 선택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삶에 주목한 작품이 많다”고 평가했다.

고시는 ‘유리 궁전’에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인도, 미얀마를 무대로 근대 수난사를 풀었다. 특히 인도와 미얀마 국민이 영국 제국주의 침략과 두 번의 세계대전, 독립과 독재 상황에 직면하며 변화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김 교수는 “식민 지배로 인한 근대화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현대의 새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다레는 ‘꿈의 궁전’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등 신화와 전설, 구전 민담을 변주해 독재 정권 아래 놓인 조국 알바니아의 현실을 우화적으로 그린 작품을 주로 써왔다. 첫 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1963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2005년 제1회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김 교수는 “카다레의 작품을 통해 인간 문제에 이데올로기적 해결은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영문학의 거장 제임스 조이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뒤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는 밴빌은 진리, 시간, 분열적 자아 등 철학적인 주제를 빼어난 문체로 풀어내는 작가다. 열네 번째 장편소설 ‘바다’로 2005년 맨부커상을 수상했으며 ‘벤저민 블랙’이란 필명으로 범죄소설을 여러 편 썼다. 김 교수는 “회상과 같은 내면적 체험을 소재로 한 전통적 소설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스포츠라이터’ ‘캐나다’로 유명한 포드는 미국의 평범한 가정이 겪는 일상을 통해 기존 질서가 해체된 상황에서 현대인은 어떻게 살기를 선택할 것인지 질문한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주어진 조건 속에서 적절한 선택을 하며 보통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김 교수는 “혼란한 상황을 자연재해 등으로 암시하는 비유력이 탁월하다”고 평했다. ‘스포츠라이터’의 후속작 ‘독립기념일’로 퓰리처상과 펜포크너상을 받았다.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은 1981년 출간된 해 맨부커상을 받은 뒤 1993년 기존 수상작 중 최고 작품을 뽑는 ‘부커 오브 부커스’에, 2008년에는 일반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부커 수상작에 선정됐다. 김 교수는 “문명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문화적 갈등에 주목하는 작가”라고 말했다.

수상자는 다음 달 말 발표된다. 시상식은 ‘2018 원주 박경리문학제’에 맞춰 10월 27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동아일보는 최종 후보자 5명의 작품세계를 차례로 지면에 소개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문화권뿐 아니라 소수언어 문화권의 작품도 적극 발굴해 박경리문학상의 외연을 더욱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박경리문학상#김우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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