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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장애인에겐 교육… 느리지만 한걸음씩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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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장애인에겐 교육… 느리지만 한걸음씩 끝까지”

임보미기자 , 사지원 인턴기자 고려대 한문학과 졸업입력 2018-08-02 03:00수정 2018-08-02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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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지역 발달장애인-가족 동호회 ‘달려라, 달팽이’ 회원 30여명
올해도 ‘경주국제’ 전원 완주 목표
경주지역 발달장애인가족 마라톤 모임 ‘달려라, 달팽이’가 지난해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에 참가한 모습. 이들은 모두 올해에도 경주국제마라톤 5km, 10km를 완주하기 위해 매주 함께 연습을 하고 있다. 경상북도장애인부모회 경주시지부 제공
《느리지만 꾸준히 움직이는 달팽이처럼 마라톤에 발을 내디딘 이들이 있다. 매주 수요일 저녁 모여 ‘천년 고도’ 경주를 달린다. 경북 경주지역 발달장애인과 이들의 가족 30여 명이 모인 마라톤 동호회 ‘달려라, 달팽이’다. 경상북도 장애인부모회 경주시지부에서 모인 이들은 자녀들과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을 고민하다 마라톤을 택했다. 축구, 농구같은 스포츠는 최소한 공을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마라톤은 일단 몸만 튼튼하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마라톤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인내심을 가르치는 과정이기도 하다. “힘들어서 관두는 게 아니라 힘들어도 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비장애인에게는 운동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교육이에요.” 윤성필 씨(24)의 아버지 윤장원 씨(59)가 말했다. 성필 씨는 이런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고등학교 때 10km 달리기를 시작했고 2년 전에는 영일만에서 열린 바다수영대회에서 1.5km를 완주하기도 했다.

부모들은 자녀들과 꾸준히 달리면서 소통하는 기쁨을 느낀다. 김미진 씨(21) 어머니 박경자 씨(48)는 마라톤을 하면서 딸이 주변에 반응하는 순간이 가장 뿌듯하다. “‘보름달이 떴네’라든지 ‘엄마 쉬어요’라든지, 자기 의사를 조금씩 표현하니 그런 게 좋더라고요.”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미진 씨에게 손뼉을 쳐주면, 미진 씨도 손을 흔들고 웃는다. 박 씨는 “마라톤 자체는 혼자 하는 경기지만 주위 도움이 합쳐질 때 목표까지 갈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매주 모이다 보니 이제는 자녀들이 먼저 연습 날을 기다리기도 한다. “어머니들도 보고, 친구도 보고 하니 기다리죠. 시간 되면 준비해서 운동화 딱 신고.” 열성 회원 공인준 씨(27)의 어머니 배예경 씨(55)는 “오늘도 마라톤 연습하러 갈 예정”이라며 웃었다. 배 씨는 경주시장애인학부모회 지부장도 맡고 있다.

마라톤을 제대로 지도해 줄 마땅한 전문가가 없는 게 아쉬움이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왜 뛰어야 하는지를 잘 인지하지 못해 쉽게 싫증을 내기도 하는 발달장애인을 적절히 제어하고 독려하려면 장애인 체육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껏 부모들이 그 역할을 했지만 젊은 아이들에 비해 체력이 달리는 부모들은 장거리를 함께 뛰는 데 애를 먹기도 한다. “전 10km 뛰면 죽어요”라는 성필 씨 아버지 윤장원 씨는 자전거를 타고 아들을 뒤쫓는다.

하지만 ‘달려라, 달팽이’는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지난주 금요일에도 경주에서 열린 달빛걷기에 나서 7km의 보문호수 길을 걸었다. 더위가 심할 때면 체육관에서라도 기초 체력을 다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월 21일 열릴 동아일보 2018 경주국제마라톤에 함께 나가 모두 완주할 예정이다. 배예경 씨가 힘차게 말했다. “혼자 있으면 더운데 운동하러 가겠어요? 함께 하니까 끝까지 하는 거죠.”
 
임보미 기자 bom@donga.com·사지원 인턴기자 고려대 한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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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달팽이#마라톤#발달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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