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진아]상권 내몰림, 공공의 역할이 필요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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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박진아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도시(都市)의 한자를 살펴보면 저자(시장)가 있는 동네란 의미이다. 영어의 ‘거리(street)’는 어원적으로 상가건물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길을 뜻한다. 도시나 길이 존재하기 위해서 상권은 필수라는 얘기다. 이러한 상권에 그간 공공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별로 없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있을 거라고 믿었고, 시장경제에 맡겨져 있었다. 그런데 공공의 개입이 시작됐다. 2012년부터 대형마트 강제휴무가 시행된 이후 소상공인의 생업보호를 위한 공공의 개입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어졌다. 2015년 서울시가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나 기존 상인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상가임차인의 피해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시장경제의 민낯을 볼 수 있었다.

상권 내몰림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첫째는 특정 지역에 나타나는 급격한 임대료 상승이고, 둘째는 인구변화, 상권축소로 인한 현상이다. 전자는 젠트리피케이션 대책, 후자는 상권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개정과 지구단위계획을 통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입점금지 등으로 처방이 충분할까?

프랑스 파리시는 상권을 만들고 관리하는 10년 이상 프로젝트인 ‘동네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공공이 건물주와 협정을 체결하거나 점포를 매입해서 지역에 필요한 업종으로 임대하는 두 가지 방식이다. 동네에 필요한 다양한 업종을 유치하고 자족가능한 상권을 육성한다. 이 사업은 임대료 지원으로 임차상인을 보호하기보다는 점포운영 및 관리 등으로 영업력을 보호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임차상인 보호와 영업력 보호는 비슷한 의미인 것 같지만 사실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보호대상이 임차상인이 되면, 임차상인이 내몰리지 않기 위한 각종 지원정책을 우선 추진한다. 반면 영업력 보호가 목적이면 상권이 지역에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한 상가 입지선택, 영업관리 등의 정책이 우선 추진된다.

서울시의 장기안심상가와 성동구의 공공안심상가는 일정기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거나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주는 방식이다. 좋은 취지의 사업이다. 하지만 지원기간 이후 급격한 임대료 상승, 영업력 확보 등의 관점에서 볼 때 반문하게 된다.

임차상인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안정된 상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장기간 이들의 영업력을 강화하는 관리정책이 필요하다. 공공의 개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빛을 낼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엄격한 진단을 거친 처방책을 정책에 담기를 기대한다.
 
박진아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젠트리피케이션#임차상인 보호#동네활성화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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