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엔 보란 듯 ICBM 만들며 南엔 대놓고 선물 달라는 北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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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평양 인근의 산음동 병기공장에서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 2기를 제조하고 있는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다고 미국 언론들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미 정보당국은 대형 트레일러와 트럭 등 차량들의 움직임을 통해 ICBM급 화성-15형을 제작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유심히 보고 있다”고만 밝혔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는 점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중단을 약속했지만, 핵·미사일 개발 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북한의 안전보장 요구에 소극적인 미국을 향해 보란 듯 미사일 공장 가동을 노출시킨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북한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의사를 밝혔지만 핵실험장과 미사일 시험장 폐쇄라는 검증이 불가능하고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상징적 조치를 취했다. 그게 전부다. 비핵화의 전제가 돼야 할 핵·미사일 시설의 동결조차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에 6·25전쟁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어제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북측 대표는 “(남측 언론이) 우리가 미국을 흔들다가 잘 안되니까 이번에 남측을 흔들어 종전선언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하더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측 언론을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지만 은근슬쩍 속내를 털어놓은 것이다. 북한 선전매체들의 대남 비난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노동신문은 어제 “(남측) 집권세력이 무엇 때문에 대북제재라는 족쇄에 두 손과 두 발을 들이밀다 못해 북남관계까지 그 틀에 얽어매 놓고 있느냐”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대놓고 요구했다.

북한은 미국에는 6·25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과 핵·미사일 능력 과시라는 강온 양면작전을 쓰면서, 우리 정부에는 거친 비난과 함께 대북제재 해제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비핵화에는 한 발짝도 떼지 않으면서 상투적 술책이나 쓰는 것은 스스로 못 믿을 존재로 낙인찍히는 지름길이다.
#북한#대륙간탄도미사일#북미 정상회담#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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