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하야 정국’ 대비 재판 지침도 만들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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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 추가 공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일선 법원 판결의 방향성이나 가이드라인을 언급한 정황이 31일 추가 공개된 문건에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가 이날 공개한 196개 문건 중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한 ‘대통령 하야 정국이 사법부에 미칠 영향’ 문건에는 ‘대법원의 전략’이란 소제목 밑에 “정치적 이슈는 진보적인 판단을, 경제·노동 이슈는 보수적인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대외비로 작성된 40쪽 분량의 이 문건은 작성 일자가 없지만 ‘박 전 대통령 하야’ 등의 내용으로 미뤄 볼 때 2016년 11월 초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은 그해 11월 12일 ‘박근혜 퇴진 민중 총궐기’를 사태의 분수령이 되는 시점으로 분석하면서 대법원의 전략을 세웠다. 우선 대한민국 중도층의 기본적인 입장에 대해 문건은 “정치는 진보, 경제·노동은 보수”라고 규정했다.

당시 기조실은 이 문건에서 “대북 문제를 제외한 정치적 기본권, 정치적 자유와 관련된 이슈에서는 과감하게 진보적인 판단을 내놓아야 함→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에서는 계속하여 진보적 판단을 내놓아야 함”이라고 적었다. 또 당시 경찰의 촛불집회 금지 통고에 불복해 집회 주최 측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행진을 허용한 것에 대해 “매우 시의적절한 결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단, 대북 문제에서는 “보수적인 스탠스 유지”라는 전략을 세웠다.

이날 공개된 또 다른 문건인 ‘(161107)대통령 하야 가능성 검토’에서는 “현 대통령의 성향상 떠밀리듯 하야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대통령은 국정 주도권을 놓을 의사가 없음을 여러 차례 드러냄”이라고 분석했다. 또 문건은 “현 상황(지지율 5%, 집회 참가 인원 10만∼20만) 정도 지속만으로는 당분간 하야 가능성이 크지 않다. 다만, 현재 정국 주도권은 전적으로 국민 여론이 쥐고 있으므로 향후 여론 변화 추이에 따라 대통령 하야가 불가피한 상황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박근혜 하야 정국#대비 재판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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