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성희롱-폭행 영상에 발칵 뒤집힌 佛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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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앞서 봉변당한 22세 여대생, SNS에 CCTV 공개… 380만회 조회
“이런 행동 매일 일어나” 대책 촉구, ‘캣콜링’ 처벌법 주내 상원 통과
가해자들에 최대 98만원 벌금

지난달 24일 프랑스 파리 19구 거리에서 지나가던 남성이 던진 성적 농담에 항의하던 여대생 마리 라게르(왼쪽 아래)가 성적 농담을 던졌던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있다. 사진 출처 마리 라게르 페이스북
지난달 24일 프랑스 파리 19구 거리에서 지나가던 남성이 던진 성적 농담에 항의하던 여대생 마리 라게르(왼쪽 아래)가 성적 농담을 던졌던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있다. 사진 출처 마리 라게르 페이스북
“거리에서 안전에 위협을 느끼며 걸어 다녀야 한다는 것에 신물이 납니다.”

프랑스 파리에 사는 22세 건축학과 대학생 마리 라게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동영상이 프랑스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파리 시내 거리에서 자신을 성희롱하던 치한에게 머리를 얻어맞은 라게르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이런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라게르가 봉변을 당한 건 지난달 24일 오후 6시 45분경. 그가 파리 19구 대로변 카페를 지나 집으로 향하고 있을 때 턱수염을 기르고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휘파람을 불면서 지저분한 성적 농담을 하며 지나갔다. 라게르는 “Ta gueule(입 닥쳐)”라고 말하고 서로 엇갈려 지나갔다.

이 남성은 몇 걸음 걸어가더니 야외 카페 탁자 위에 놓인 재떨이를 집어 라게르를 향해 던졌다. 재떨이가 살짝 비켜가자 분이 풀리지 않는 듯 라게르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머리를 후려쳤다. 휘청거릴 정도로 센 강도였다. 카페테라스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 남성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라게르는 카페 폐쇄회로(CC)TV에 녹화된 동영상을 주인으로부터 제공받아 이를 SNS에 공개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달 28일부터 공개된 이 동영상은 31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현재 38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라게르는 일간 르파리지앵 인터뷰에서 “나는 그 남성이 내가 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재떨이를 집어서 나에게 던졌고 몇 센티미터 차이로 간신히 내 머리를 비켜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재떨이를 피한 그녀는 화가 나 남성에게 소리를 질렀다.

라게르는 남성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자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다가갔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나는 그가 나를 때릴 거라는 것을 감지했지만 숨고 싶지 않았다. 그 남자와 맞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파리 검찰청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가해자의 신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31일 사건이 벌어졌던 카페 앞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쥘리에트는 “프랑스에서 여성들은 매일 이상한 농담과 불쾌한 시선을 보내는 남성들을 경험하고 있다”며 “사회의 큰 화두가 된 만큼 이번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마를렌 시아파 프랑스 양성평등장관도 “너무나 화가 나지만 불행히도 놀랍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시아파 장관은 5월 남성이 거리를 지나는 여성을 상대로 언어 성희롱을 가하거나 집요하게 연락처를 묻고 데이트를 요구하는 이른바 ‘캣콜링’ 처벌 법안을 제출했다. 4월 조사기관 이포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여성의 81%가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캣콜링을 당한 적이 있다. 시아파 장관은 “최근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는 거리 응원 현장에서도 남성이 자신의 몸을 더듬는 것을 느낀 여성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캣콜링 금지 법안은 이번 주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올가을부턴 캣콜링 가해자들은 적발될 경우 90유로(약 12만 원)에서 많게는 750유로(약 98만 원)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길거리 성희롱#폭행 영상#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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