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통치 시대에 역행… 공포의 마오시대로 회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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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칭화대 교수 인터넷에 글 올려… 개인숭배 중단-임기제 복원 촉구

중국 명문 칭화대 법학교수가 국가주석 연임제 폐지와 개인숭배 중단을 요구하는 글을 실명으로 인터넷에 올렸다. 헌법의 임기 제한 규정을 삭제해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쉬장룬(許章潤·56·사진) 칭화대 법학원 교수는 최근 자유주의 계열 민간 싱크탱크인 톈쩌(天則) 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 A4 용지 4장 분량의 ‘현재의 두려움과 기대’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현재 방문교수 자격으로 일본에 체류 중이다.

쉬 교수는 “최근 국가의 통치 방식이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며 “현재 중국 국민은 국가 발전 방향과 개인의 생명·안전에 대해 매우 혼란스럽고 걱정스러운 상태로 이미 전 국민적으로 일정 정도의 공황 상태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쉬 교수는 중국 정치체제가 넘어서는 안 될 4개의 ‘마지노선’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본 치안 유지와 명확한 국가 비전 제시 △사유재산의 제한적 인정 및 국민의 부(富) 추구 용인 △시민 생활 자유의 제한적 허용 △정치 임기제 실시를 마지노선으로 꼽았다. 특히 임기제 폐지 개헌에 대해 “30여 년 개혁개방의 성과를 지우고 단번에 중국을 공포의 ‘마오(毛) 시대’로 회귀시킨 것”이라고 질타했다.

나아가 쉬 교수는 현재 중국에 대한 8가지 우려와 8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재산권에 대한 불안 △경제 중심이 아닌 정치 중심의 기본 국책 수립 △계급투쟁의 재연 △쇄국에 대한 두려움 △과도한 해외 원조 △과도한 군비 경쟁과 전쟁 발발 △개혁개방 중단과 극단적인 독재 정치로의 회귀 등을 우려로 거론했다. 쉬 교수는 ‘쇄국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는 교착되고 북한, 베네수엘라 등 독재 국가와 가까워지는 것은 민의에 반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쉬 교수는 개인숭배 중단, 국가주석 임기제 복원, 톈안먼 사태에 대한 재평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불필요한 대외 원조를 철회하고, 외교에서의 겉치레를 줄이고, 퇴직 간부가 누리는 특권을 폐지하고, 특공(特供·특정 기업 및 단체에 대한 특별 공급) 제도를 없애고, 간부들의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쉬 교수는 글 말미에 “할 말은 이미 다 했다. (사람의) 생사는 운명에, (국가의) 흥망은 하늘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쉬 교수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당 글은 이미 중국 내에서 접근이 차단됐다.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시진핑#쉬장룬#중국 정치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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