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가슴에 묻고 30년 민주화의 길… “父子 손잡고 편히 쉬소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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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씨 별세

1987년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가 28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박 씨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부산진구 시민장례식장에는 장례 이틀째인 29일 조문객의 발길이 온종일 이어졌다. 오전 10시 30분경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빈소를 찾았다. 조 수석은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선생님은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버지였다. 사적으로는 제 후배의 아버님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저를 격려해 주시고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박종철 열사의 혜광고, 서울대 1년 선배다.

오전 11시 30분경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오후에는 오거돈 부산시장과 박상준 정무특보 등 부산시 간부들이 조문했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아버님, 참으로 고단하고 먼 여정이었습니다. 부디 편히 쉬십시오”라고 추모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는 조화를 보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문 대통령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천벽력 같은 아들의 비보를 듣는 순간부터 아버님은 아들을 대신해, 때로는 아들 이상으로 민주주의자로 사셨다”며 “그해 겨울 찬바람을 가슴에 묻고 오늘까지 민주주의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셨다”고 추모했다. 이어 “박종철은 민주주의의 영원한 불꽃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버님 또한 깊은 족적을 남기셨다”고 덧붙였다.

검경 지휘부도 전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방명록에 “박정기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뜻, 박종철 열사가 꾸었던 민주주의의 꿈을 좇아 바른 검찰로 거듭나 수평적 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데 이바지하겠다”라고 적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방명록에 “평생을 자식 잃은 한으로 살아오셨을 고인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고인이 평생 바라셨던 민주 인권 민생 경찰로 거듭나겠다”라고 썼다.

1987년 당시 박종철 열사의 시신을 급히 화장하려는 경찰에 맞서 부검을 지시해 고문 사실이 알려지는 데 큰 역할을 한 최환 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장은 28일 오전 9시경 빈소를 조용히 다녀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도 28일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고인은 1954년 부산시 수도국 근무를 시작으로 이후 33년간 공무원으로 재직했다. 1987년 1월 14일 막내아들인 박종철 열사를 잃은 뒤 민주화운동가로 변신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활동에 앞장섰으며 400여 일간 국회 앞 천막농성을 통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이뤄냈다. 발인은 31일 오전 7시. 고인은 부산 영락공원에서 화장을 한 뒤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먼저 묻힌 아들 곁에 안장된다.

부산=조용휘 silent@donga.com / 한상준·조동주 기자
#박종철 열사#박정기#박상기 법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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