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앵~’ 소리 안 들리네… 모기도 폭염에 헉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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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뇌염모기 작년보다 71% 줄어… ‘소음 주범’ 매미는 벌써 왕성한 활동

계속되는 폭염에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 개체 수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2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8주 차(8∼14일)에 채집된 작은빨간집모기 수는 평균 8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마리와 대비해 71.4% 감소했다. 평년 수치인 45마리를 기준으로는 82.2%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작은빨간집모기는 27주 차(1∼7일)에도 평균 5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60마리) 대비 91.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매년 4∼10월 경기 부산 강원 등 10개 시도 각 한 개의 지점에서 모기를 채집해 밀도를 조사한다.

전문가들은 일본뇌염모기가 급감한 원인을 폭염으로 보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물웅덩이가 마르는 등 산란지가 줄어드는 데다 수온이 올라가면 모기 유충의 성장속도는 빨라지지만 수명은 짧아진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일본뇌염모기는 대개 논이나 논도랑에서 산란을 하는데 더운 날씨로 논이 마르게 되면서 유충이 많이 죽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체 모기 수도 감소 추세다. 26주 차와 27주 차일 때 전체 모기 수는 각각 평균 1933마리, 2404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4%, 68.2% 늘었지만 더위가 본격 시작된 28주 차에는 평균 971마리로 오히려 2.2% 줄었다.

모기와 달리 매미는 폭염이 반가운 듯 왕성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폭염으로 꽃매미의 알이 평년보다 닷새가량 일찍 부화했다. 꽃매미 알이 발견된 지역도 지난해 77곳에서 올해 80곳으로 늘었다. 더 넓은 지역에서 더 일찍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기온이 높을수록 활발히 활동하는 아열대성 매미도 폭염 속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동남아 지역이 원산지인 말매미는 기온이 27도 이상일 때 75∼95dB(데시벨)로 운다. 대형집회와 시위 때의 소음 수준이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30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말매미가 도시 열섬과 열대야 현상 때문에 지금은 국내에서 흔하다”고 말했다.

김하경 whatsup@donga.com·조건희 기자

#폭염#일본뇌염#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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