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상최대 26조 카드론, 취약계층에 시한폭탄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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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증가세가 심상찮다. 올해 3월 말 카드론(신용카드대출) 대출 잔액은 26조3381억 원으로 지난해 말 24조9562억 원보다 1조4000억 원 가까이 늘었다. 대출 잔액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다. 주로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연 20% 안팎의 고(高)금리 대출이라는 점에서 경기 침체기를 맞아 우려가 커진다.

카드론 급증은 정부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으로 꺼내든 ‘대출 조이기’의 후폭풍이다. 은행과 상호금융, 저축은행까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대출 한도가 찼거나 신용등급이 낮아 돈 빌리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카드론으로 몰린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잦아든 상황에서 카드·캐피털사의 대출만 늘고 있다.

대출 규제를 강화할 때부터 예견됐던 ‘풍선효과’지만 그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된 고민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말 1.80%였던 카드사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1.96%까지 올랐다.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취약계층이 늘었다는 뜻이다. 카드론은 여러 장의 신용카드로 ‘돌려막기’하는 다중 채무자가 많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 신용카드 수요가 늘면서 모집인 사이에서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주고받는 불법 영업까지 판을 치고 있다는데 금융당국은 수수방관이다. 지나친 영업 경쟁을 조장하는 카드회사들에 대해 금융당국이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다중 채무자에 대한 실태 파악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안전한 ‘이자 장사’로 상반기에만 이자 수익 14조 원을 벌어들인 은행권에도 책임이 있다. 무조건 담보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세밀한 신용 측정을 통해 변제 능력이 있는 금융 소비자를 구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중금리 상품을 개발해 서민들이 고금리 카드론으로 빠지지 않도록 돌파구를 마련해주는 것도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해야 할 일이다. 매년 200만∼300만 장씩 늘어나는 신용카드 발급 수는 올해로 1억 장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론이 취약계층 부채 폭탄의 뇌관이 된다면 가계부채 증가 속도 조절을 위한 노력조차 헛일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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