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수출 0%대 찔끔 증가… 설비투자는 -6.6% 곤두박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2분기 성장률 0.7% 그쳐

올해 2분기(4∼6월) 한국 경제가 직전 분기보다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 1분기(1∼3월) 1.0% 성장하며 반등세를 보였던 경제가 다시 0%대 성장세로 후퇴한 것이다. 투자와 소비가 부진한 데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홀로 견인했던 수출마저 주춤했다.

한국은행이 26일 내놓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GDP는 398조3351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0.7%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9% 증가한 것이다.

이는 1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소비, 투자, 수출이 일제히 주춤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1.0%, 1분기 0.7% 증가했던 민간소비는 2분기 0.3% 증가에 그쳤다. 2016년 4분기(0.3%) 이후 1년 반 만에 증가율이 최저로 떨어졌다.

경제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설비투자는 1분기 3.4%에서 2분기 ―6.6%로 급락했다. 2016년 1분기(―7.1%)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기계류와 항공기, 선박 등 운송장비 투자 모두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1분기 1.8%에서 2분기 ―1.3%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2.3%)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주거용 건물건설, 토목건설이 모두 부진했다.

한국 경제의 외발엔진인 수출마저 증가세가 크게 꺾였다. 반도체, 석탄 및 석유 제품을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0.8% 늘어나는 데 그쳐 1분기 4.4%에 비해 증가율이 대폭 둔화됐다.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뜻하는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0.8% 감소했다.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수출 물가보다 수입 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상반기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연 2.8∼2.9%)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왔다”며 “3, 4분기에 각각 0.82∼0.94%의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전망치인 2.9%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하반기에 지금보다 성장률을 더 올리기는 벅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 유가 상승, 고용절벽, 소비심리 후퇴 등 대내외 악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이달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0%에서 2.9%로 낮춘 바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경제의 체력을 길러줄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하다. 지난해 반도체, 부동산 호황으로 설비·건설투자가 각각 14.6%, 7.6% 늘어나 올해는 이보다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문제는 둔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달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상반기 설비투자는 1.8%, 건설투자는 0.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각 ―3.9%, ―0.7%로 예상보다 크게 뒷걸음쳤다. 한은이 하반기 설비·건설투자 증가율을 각각 0.6%, ―0.7%로 예상한 점을 고려하면 투자가 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규제완화, 구조개혁, 노동개혁 등 전반적인 경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내수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경제성장#투자#소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