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거운 강남… 비수기에 서울 집값 꿈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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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에 숨죽였던 시장… ‘똘똘한 1채’ 수요 늘어 가격 회복
강남4구 2주 연속 오름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 전용면적 85m²의 호가는 14억 원 안팎이다. 최근 2주간 1억5000만 원 올랐다. 김책 평화공인 대표는 “호가만 봤을 땐 이전 최고 거래가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는 “최근 들어 급매물이 빠르게 거래되면서 집주인들이 물건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동안 잠잠했던 서울 강남 집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실수요자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나올 만한 정부 규제는 이미 다 나왔다는 판단에서다.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23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값은 0.07% 올랐다. 강남구의 아파트값 상승은 4월 초 이후 16주 만이다. 인근 서초구(0.01%), 송파구(0.05%), 강동구(0.04%) 역시 오름세를 보였다. 이들 강남4구 아파트값(0.04%)은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상승세다. 그 전까진 15주 연속 하락했다.

강동구를 뺀 강남3구에서는 이달 들어 종전 최고가를 넘는 가격에 거래된 단지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이 단지 전용 76m² 매물이 16억4500만 원에 팔렸다. 기존 최고가 기록 16억1000만 원(1월 실거래가)을 갈아치웠다. 송파구에서는 잠실동 리센츠 전용 124m²가 최근 23억 원에 거래되며 이전 최고가(22억 원)를 뛰어넘었다. 4월 시세(18억6800만 원)와 비교하면 4억 원 넘게 차이 난다. 시장에서는 강남권 집값 상승의 원동력으로 다시 확인된 ‘콘크리트 실수요’를 들고 있다.

대치동 E공인 관계자는 “처음 집을 사거나 이사할 집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며 “투자용으로 집을 사놓겠다는 사람은 찾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실수요자 비중이 느는 이유는 정부 규제 때문이다. 4월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에 이어 정부가 보유세 인상 카드까지 꺼내들자 다주택보다는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한 채에만 집중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보유세 인상을 끝으로 사실상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규제가 다 나왔다는 생각에 관망세였던 실수요자들이 다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직까진 최근 회복세가 대세 상승의 전조로 보기엔 무리라는 견해가 더 많다. 정부가 워낙 시장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올해 초 같은 ‘묻지 마’ 집값 상승세가 재현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서울 내 한강 이남 11개구 아파트값은 3.3m²당 평균 2837만 원으로, 나머지 강북권 아파트 평균 가격(1824만 원)보다 1013만 원 비쌌다. 두 지역 간 격차가 1000만 원 이상 벌어진 건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이윤태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4학년
#부동산#아파트#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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