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서동일]2022년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는 지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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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카타르가 짓고 있는 월드컵 경기장 라스 아부 아부드. 수상택시를 이용해 경기장 앞까지 갈 수 있도록 해안가에 지어지고 있다. 카타르 정부홍보부 제공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카타르가 짓고 있는 월드컵 경기장 라스 아부 아부드. 수상택시를 이용해 경기장 앞까지 갈 수 있도록 해안가에 지어지고 있다. 카타르 정부홍보부 제공
서동일 카이로 특파원
서동일 카이로 특파원
6월 카타르 정부 초청으로 수도 도하에 출장을 갔을 때 받은 강렬했던 인상은 지금도 생생하다. 나라 전체가 공사 중이었다. 대중교통 시스템 등 인프라 건설에 여념이 없었다. 도하 주변 도로는 갓 정비된 티가 났고, 그 도로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태운 버스들이 바삐 움직였다. 사막 위로 보이는 것은 철근과 콘크리트, 노동자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모두가 무언가를 만들기에 정신없어 보였다.

카타르가 이토록 바쁘게 움직이는 이유는 월드컵 때문이다. 4년 뒤 카타르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은 중동에서 열리는 첫 번째 월드컵이자 최초의 겨울월드컵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역대 월드컵은 매년 6∼7월 열려왔다. 하지만 이 시기 카타르에는 섭씨 40도가 넘는 살인적 더위가 찾아온다. 이 때문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카타르 평균 기온이 15∼24도 정도인 11∼12월로 일정을 미뤄 월드컵을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카타르가 역대 월드컵 개최 국가 중 가장 작은 나라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국토 면적이 1만1586km². 우리나라 경기도(약 1만172km²)와 비견되는 수준이다. 카타르가 월드컵을 위해 새로 짓거나 보수공사를 하는 경기장은 총 8곳. 모든 경기장을 직선으로 이었을 때 가장 먼 거리가 55km에 불과하다. 경기 시간만 다르면 하루 두세 경기도 관전할 수 있을 거리다.

경기장 안에서 맥주를 마시지 못하는 월드컵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타르가 술과 돼지고기를 금지하는 이슬람 국가인 탓이다. 돼지고기를 못 먹으니 소시지나 핫도그 같은 음식도 포기해야 한다. 카타르 정부가 월드컵 기간 동안 몇몇 장소를 지정해 술과 돼지고기를 허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맥주와 돼지고기의 빈자리를 채울 흥행 요소도 관심거리다. 새 호텔을 짓는 대신 바다 위 대형 크루즈선을 띄워 숙박시설을 마련한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라스 아부 아부드 경기장은 수상택시를 이용해 경기장 앞까지 갈 수 있도록 해안가에 짓고 있다. 강변을 따라 늘어선 작은 항구와 크루즈선을 오가는 수상택시가 만들 장관은 벌써부터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남은 4년 동안 카타르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외국인 노동자 복지 문제가 크다. 지금 월드컵 준비 현장에는 파키스탄 인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2만5000명 정도 있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 탓에 1년에도 수십 명이 열사병이나 영양실조, 낙상 등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지금은 대북 제재 때문에 거의 사라졌지만 불과 2, 3년 전까지만 해도 카타르에 파견 나온 북한 노동자들도 한 해 4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된 식사도 못 해 매일 새벽 호텔 음식물이 버려진 쓰레기장을 찾았을 정도다. 이들은 버려진 음식을 모아 끓여 먹었다. 호텔에서 이들이 모여드는 걸 막기 위해 음식 쓰레기에 약을 뿌릴 정도였다니 그 열악한 환경을 짐작할 만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주변 4개국과의 관계도 문제다. 이들은 △이란과 교류 금지 △터키와 군사협력 중단 등을 요구하며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상태다. 사우디는 카타르와 국경이 닿는 지역에 핵폐기물 시설을 짓겠다고도 했다. 지금도 사실상 심리적 전쟁 상태와 다름없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들이 카타르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그냥 두고 볼 리 없다.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날은 2022년 12월 18일로 예정돼 있다. 아직 참가 국가도, 경기 일정도 나오지 않았지만 카타르 정부는 결승전 날짜부터 못 박았다. 이날은 카타르 국경일이다. 월드컵을 통해 ‘카타르’라는 국가의 힘과 기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얼마나 벼르고 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카타르가 앞으로 4년 동안 이 같은 흥행요소와 그에 못지않은 불안요소들을 어떻게 소화해 나갈까. 그 과정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은 다음 월드컵을 기다리는 지루함을 덜어주는, 작은 재미가 될 것이다.
 
서동일 카이로 특파원 dong@donga.com
#2022년 월드컵#카타르#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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