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편들었다 혼쭐난 트럼프… “러시아, 대선 개입” 하루만에 말 바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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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uldn't를 would로 잘못 말해, 美정보당국 신뢰… 조사결과 수용”
“푸틴과 회담, 위대한 성공” 고수… NYT “해명서에 ‘결탁증거 없다’ 글”
오바마, 만델라 탄생 100돌 행사서 “독재자 정치가 민주주의 망쳐” 비판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조사 결과를 신뢰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을 어떤 근거도 보지 못했다”던 자신의 발언을 하루 만에 뒤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미국의 위대한 정보기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한다”고 말한 뒤 종이를 꺼내 들고 “전에 이미 여러 번 말했듯 나는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보당국의 결론을 받아들인다고 분명히 밝힌다”는 글을 읽었다.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곁에 서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는 국가적 재난”이라며 그를 옹호했다. 이에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까지 나서 “수치스러운 반역 행위를 저질렀다”며 맹비난했다. 상황이 갈수록 불리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중부정 어법’을 쓰려다 저지른 말실수 때문에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과 미국 정보당국 중 어느 쪽을 믿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다가 단어를 잘못 말했다는 것. 그는 “(미국 대선 개입 행위를) ‘러시아가 저질렀다(it would)는 어떤 근거도 보지 못했다’는 문장이 아니라 ‘러시아가 저지르지 않았다(it wouldn‘t)는 어떤 근거도 보지 못했다’는 이중부정 문장을 써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 안팎의 격앙된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종이에 적어 온 해명문을 읽고 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아닌) 다른 사람이 미국 대선에 개입했을 수도 있다”며 여전히 러시아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더 키웠다. 뉴욕타임스는 “인쇄된 해명문 종이 한쪽에는 ‘미국 대선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가 결탁했음을 보여주는 어떤 증거도 없다’는 문장이 손 글씨로 휘갈겨져 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도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은 오랜 세월 뒤 결국 매우 위대한 성공이었음이 증명될 거다. 특히 북한을 돕는 문제에 동의와 진전이 이뤄졌다. 북한에 큰 이익과 흥미로운 미래를 가져다줄 작업이 거의 마지막 단계다! 커다란 결과들이 곧 다가올 거다!”라며 미-러 정상회담 결과를 긍정하는 글을 올렸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회에서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2016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 일이 2018년(미국 중간선거)에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대러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보당국보다 옛 소련 비밀경찰을 더 믿었다. 모독당한 우리 국민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나쁜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할 것”이라며 백악관 안보팀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애덤 시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저지른 난장판을 치우려 하고 있지만 그 일은 짤막한 해명으로 수습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 기념 강연회’에서 “독재자들의 정치가 대두하고 있다. 권력자들이 민주주의 제도와 규범을 망치려 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전날 정상회담을 가진 미-러 양국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트럼프#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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