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안받는 ‘무법 10대’… 계획적 폭행-사기 부쩍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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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만 10∼13세 범죄 8% 증가


‘보호관찰 2년.’

지난해 9월 또래 여중생을 피범벅이 되도록 구타하고 이를 촬영한 이른바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당시 만 13세로 촉법소년이었던 공범 A 양에게 최근 내려진 법원의 처분이다. 당시 A 양 등 4명은 부산 사상구의 한 공장 인근으로 피해자를 유인해 1시간 넘게 공사자재, 의자, 유리병 등으로 100여 차례 때렸다. 피를 흘리며 무릎을 꿇고 우는 피해자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며 공분을 샀다. 하지만 A 양은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 없이 2년 동안 보호관찰관과 정기 면담만 하면 전과도 남지 않는다.

○ 어른 닮아가는 촉법소년 범죄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면죄부를 받는 10세 이상 14세 미만 촉법소년들의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들을 형사 처벌할 수는 없다. 지난달 26, 27일 여고생을 노래방과 관악산으로 끌고 가 집단폭행하고 성추행하는 데 가담한 청소년 10명 중 1명인 B 양(13)도 촉법소년이어서 형사 처벌을 피했다. 경찰에서 바로 서울가정법원으로 송치된 B 양은 향후 보호관찰 처분만 받을 가능성이 높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촉법소년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7.9%(3167명→3416명) 늘었다. 촉법소년 3416 명 중 65.7%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마지막 나이인 13세였다. 대부분 중학교 1학년인 13세의 범죄는 지난해보다 14.7% 늘어났다. 범죄 유형은 형사 처벌 대상인 14세 이상 청소년과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단순 절도는 지난해보다 2.3% 줄어든 반면 폭력은 21% 늘었다. 인터넷을 이용한 중고물품 판매 사기 같은 지능사범은 33.7%나 증가했다.

촉법소년들의 범죄수법도 성인 못지않게 교묘하다. 수도권에 사는 중학교 1학년 C 양(13)은 4월 같은 학교 여학생의 평소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혼내줘야겠다며 치밀하게 계획을 짰다. 자신이 만나자고 하면 거부할 수도 있어 피해자와 친분이 있던 다른 친구를 이용해 전화로 피해자를 지하철역으로 유인했다. 이후 미리 공모한 중1 남학생 3명과 함께 피해자를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끌고 가 마구 때렸다. 가해자 모두 촉법소년이라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

성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올 상반기 179명에 달했다. D 군(13)은 지난달 말 경기도의 한 학원 여자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또래 여학생을 몰래 찍다가 적발됐다. 최현아 경찰청 청소년계장은 “요즘 청소년이 신체와 정신 모두 조숙해지면서 어른의 범죄 방식을 따라하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촉법소년 연령 13세 미만으로 낮춘다

만 9세 이하인 ‘범법소년’의 범죄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14일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2학년 학생이 옆자리 학생을 연필로 찔러 연필이 요추에 5cm 박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 아동이 발표를 마치고 앉으려는 순간 짝꿍이 옆자리 의자에 연필을 갑자기 갖다댄 것이다.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입원한 아이가 앉아 있을 수도 없을 만큼 크게 다쳤고 트라우마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범법소년의 범죄는 아예 사건 접수조차 되지 않아 수사를 할 수 없다.

촉법소년의 잔혹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법무부는 올해 안에 촉법소년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으로 소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부산과 강원 강릉에서 벌어진 10대들의 집단 폭행사건을 계기로 청소년 범죄라도 혐의가 중하다면 구속 수사 등 엄중히 다루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조동주 djc@donga.com·김은지 기자
#촉법소년#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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