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음바페와 모드리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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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궜던 2018 러시아 월드컵이 프랑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프랑스와 크로아티아 대표팀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이민자 또는 난민 출신 선수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는 점입니다.

프랑스가 월드컵 첫 우승 트로피를 들었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파트리크 비에라 등 주축 선수들이 아프리카에서 프랑스로 옮겨간 이민자 가정 출신이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대표팀은 ‘아트 사커’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놀라운 조직력과 패스워크를 자랑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프랑스 대표팀은 23명 중 21명이 이민자 가정 출신이고 그중 15명은 아프리카 출신이라 합니다. 엄청난 스피드와 골 결정력으로 새롭게 떠오른 19세의 신예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역시 아프리카 카메룬 출신의 아버지와 알제리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가정의 후손입니다.

프랑스와 맞붙은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핵심 선수들 상당수도 난민 출신입니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 내전 때 고향을 떠나 난민 생활을 하며 어린 시절 화약 냄새를 맡고 자란 이들에게 조국의 의미는 남달랐을 겁니다. 쓰라린 경험을 공유한 선수들의 응집력과 투혼은 대단했습니다. 조국의 향한 절절한 애국심이 세 경기 연속 연장전 승부를 벌이는 혈투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을지 모릅니다.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이번 대회 골든볼을 수상한 크로아티아의 주장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역시 난민 출신입니다. 모드리치는 6세 때 세르비아 민병대에 쫓겨 고향을 떠나 난민생활을 했고 그의 할아버지는 세르비아 민병대에 살해되는 등 아픈 과거사를 갖고 있습니다.

내전을 극복하고 독립해 월드컵 결승 무대에 진출한 크로아티아, 이질적인 문화와 인종을 포용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프랑스의 상황이 남의 얘기만은 아닌 듯합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예멘 난민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들의 집단 난민 신청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수용 반대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7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주에 전국 곳곳에서 난민 반대 시위가 잇따랐습니다.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던 우리 사회가 난민에 대해서는 유독 배타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민자는 결혼, 취업 등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서서히 유입되어 문화적 이질감 없이 수용된 데 비해 난민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닥친 문제입니다. 게다가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낙인, 종교적 이질감 등이 더해져 정서적 반감이 큰 것 같습니다. 일자리 부족 등 각박한 국내 경제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난민 수용 반대 측에서는 취업을 목적으로 한 위장 난민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심사를 엄격히 한다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범죄와 문화 충돌 가능성에 대해 걱정합니다.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하며 난민 반대가 자칫 부당한 인종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집에도 새사람이 들어오면 불편하거늘 이질적 문화를 가진 새로운 인종이 대거 유입되는 것에 대한 반감과 논란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자국우선주의와 국제사회의 책무 사이에서 동요하며 진통을 겪고 있는 이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음바페와 모드리치#러시아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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