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여의도 아파트값 꿈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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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마스터플랜’ 발언 이후

서울시의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를 앞두고 일대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가격 상승 기대감을 품고 있는 
반면에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서울시 계획으로 인해 재건축 사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전경.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시의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를 앞두고 일대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가격 상승 기대감을 품고 있는 반면에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서울시 계획으로 인해 재건축 사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전경.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 말 한마디가 세긴 세네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진공인중개사무소의 진경선 대표는 “박 시장이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개발하겠다고 한 뒤 13일에만 세 건이 거래됐다”며 이처럼 말했다. 진 대표는 “초과이익환수와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개편안 등이 겹치면서 여의도 일대 중개업소가 한동안 잠잠했는데 지난주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박 시장이 앞서 10일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하겠다”며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하자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가격상승 기대감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일부 재건축 단지 주민 사이에서는 어렵게 추진해온 재건축이 더 더뎌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들썩이는 여의도 부동산 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식에서 여의도 개발 청사진을 일부 밝혔다. 박 시장은 여의도 일대 건물 높이를 올리는 대신 공원과 산책로 등 커뮤니티 공간을 확보하고 대형 쇼핑센터와 전시장 등 복합 단지를 조성하는 등의 계획을 내놨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여의도 일대 종합적 재구조화 방안(여의도 마스터플랜)’을 하반기(7∼12월)발표할 계획이다.

부동산 시장은 꿈틀대고 있다. 진경선 대표는 “박 시장의 발표가 있고 나서 여의도 삼부아파트 전용면적 70m² 매물 호가가 며칠 사이 14억 원까지 뛰었다”고 했다. 가장 최근인 4월 거래가(12억4000만 원 선)보다 1억6000만 원 오른 것이다.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여의도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13일 하루에만 대교아파트(전용 95m²)가 12억 원에 2건 거래됐으며 공작아파트 전용 91m² 급매물이 12억5000만 원에 팔렸다. 현재 이 매물 호가는 13억5000만 원으로 올랐다.

가격 상승 기대감에 일부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여의도동 초원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올해 들어 줄곧 매수자 우위였는데 며칠 사이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했다.

○ 아파트 주민 “재건축 예정대로 진행돼야” 압박

기대감만 있는 건 아니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업을 밑그림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가 여의도 마스터플랜과 일대 아파트의 재건축 방향을 연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재건축 계획을 새로 수정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목화아파트의 한 주민은 “그렇지 않아도 여의도 재건축이 다른 곳보다 느린데 마스터플랜 때문에 더 늦춰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여의도 일대 재건축을 추진하는 12개 단지 중 서울시의 정비계획안 심의를 통과한 곳은 없다.

마스터플랜에서 정해질 기부채납 비율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사는 윤모 씨(57)는 “2011년 오세훈 전 시장의 여의도 개발 계획 발표 당시에도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기부채납 비율을 40%까지 올리겠다는 내용에 주민들이 결사반대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조건이 나온다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의 여의도 개발 계획은 주민들의 반대와 오 전 시장의 사퇴 등이 겹치며 흐지부지됐다.

이미 집단행동에 들어간 단지도 있다. 시범아파트 주민 1800여 명은 올해 초 서울시가 여의도 마스터플랜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각 단지가 개별적으로 세운 계획대로 재건축을 진행하게 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영등포구청에 제출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이미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재건축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 기부채납 비율 등에 대한 재건축 주민들의 반발이 2011년보다 더욱 클 것”이라며 “서울시와 재건축 단지 주민 간 의견 조율이 여의도 마스터플랜 실현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최영권 인턴기자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4학년
#여의도#아파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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