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진공인중개사무소의 진경선 대표는 “박 시장이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개발하겠다고 한 뒤 13일에만 세 건이 거래됐다”며 이처럼 말했다. 진 대표는 “초과이익환수와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개편안 등이 겹치면서 여의도 일대 중개업소가 한동안 잠잠했는데 지난주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박 시장이 앞서 10일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하겠다”며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하자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가격상승 기대감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일부 재건축 단지 주민 사이에서는 어렵게 추진해온 재건축이 더 더뎌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들썩이는 여의도 부동산 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식에서 여의도 개발 청사진을 일부 밝혔다. 박 시장은 여의도 일대 건물 높이를 올리는 대신 공원과 산책로 등 커뮤니티 공간을 확보하고 대형 쇼핑센터와 전시장 등 복합 단지를 조성하는 등의 계획을 내놨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여의도 일대 종합적 재구조화 방안(여의도 마스터플랜)’을 하반기(7∼12월)발표할 계획이다.
부동산 시장은 꿈틀대고 있다. 진경선 대표는 “박 시장의 발표가 있고 나서 여의도 삼부아파트 전용면적 70m² 매물 호가가 며칠 사이 14억 원까지 뛰었다”고 했다. 가장 최근인 4월 거래가(12억4000만 원 선)보다 1억6000만 원 오른 것이다.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여의도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13일 하루에만 대교아파트(전용 95m²)가 12억 원에 2건 거래됐으며 공작아파트 전용 91m² 급매물이 12억5000만 원에 팔렸다. 현재 이 매물 호가는 13억5000만 원으로 올랐다.
가격 상승 기대감에 일부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여의도동 초원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올해 들어 줄곧 매수자 우위였는데 며칠 사이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했다.
○ 아파트 주민 “재건축 예정대로 진행돼야” 압박
기대감만 있는 건 아니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업을 밑그림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가 여의도 마스터플랜과 일대 아파트의 재건축 방향을 연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재건축 계획을 새로 수정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목화아파트의 한 주민은 “그렇지 않아도 여의도 재건축이 다른 곳보다 느린데 마스터플랜 때문에 더 늦춰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여의도 일대 재건축을 추진하는 12개 단지 중 서울시의 정비계획안 심의를 통과한 곳은 없다.
마스터플랜에서 정해질 기부채납 비율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사는 윤모 씨(57)는 “2011년 오세훈 전 시장의 여의도 개발 계획 발표 당시에도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기부채납 비율을 40%까지 올리겠다는 내용에 주민들이 결사반대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조건이 나온다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의 여의도 개발 계획은 주민들의 반대와 오 전 시장의 사퇴 등이 겹치며 흐지부지됐다.
이미 집단행동에 들어간 단지도 있다. 시범아파트 주민 1800여 명은 올해 초 서울시가 여의도 마스터플랜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각 단지가 개별적으로 세운 계획대로 재건축을 진행하게 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영등포구청에 제출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이미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재건축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 기부채납 비율 등에 대한 재건축 주민들의 반발이 2011년보다 더욱 클 것”이라며 “서울시와 재건축 단지 주민 간 의견 조율이 여의도 마스터플랜 실현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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