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 김상곤 교육부총리 파면 요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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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자녀는 외고 보내고 국민의 자녀는 못 다니게 추진
大入제도 공정하고 단순하려면 유치원처럼 추첨으로 뽑을 판
미래인재 육성보다 인기 급급한 인민주의 극치 아닌가

김순덕 논설주간
김순덕 논설주간
나는 고위공직자들이 재산 공개는 안 해도 자녀들 학력은 공개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다. 공부가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자식은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이고, 그건 우파든 좌파든 마찬가지임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믿어서다.

교육정책은 이런 부모의 마음에서 나와야 한다.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열렸다.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한영외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용산국제학교, 강경화 외교부 장관 용산국제학교, 용산국제학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경기외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강남 8학군에 아이들 다 보냈다”며 이 정부에서 외고를 폐지하겠다니 부끄럽지 않냐고 따진 것이다.

우파의 부패만큼 국민을 분노시키는 것이 좌파의 위선이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면역될 만도 한데 아이들 교육 문제라면 차원이 달라진다. 말끝마다 ‘사람’을 부르짖는 정부 사람들이 자기 아이들은 좋은 학교 나와 좋은 직장에 안착하도록 사다리를 꽉 붙들어주고는 남의 자식은 올라가지도 못하게 걷어차겠다니, 짐승쯤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좋은 대학 가겠다고 공부, 공부 해야 하는 불쌍한 어린 인생은 사실 제도의 탓으로 봐야 한다. 아이들을 들볶을 것이 아니라 교사를 새롭게 훈련시키는 학습혁명이 시급하다. 그래서 혁신학교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은 주장할지 모른다. 그렇게 훌륭한 혁신학교라면 왜 경기도교육청이나 서울시교육청 사람들은 아이들을 거기 보내지 않는지 말해주기 바란다. 작년 10월 국감에서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여기 온 분도 (아이들을) 안 보내면서 국민들한테 보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개탄을 했다.

지금 공론화위원회가 개편 작업을 펴고 있는 새 대입제도는 인공지능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 인재를 길러내도록 교사와 수업까지 바꿔내는 것이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2월 국가교육회의 출범 때 제시한 기준은 ‘무엇보다 공정하고 누구나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최종적 해법은 유치원처럼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 말고 뭐가 있을지 모르겠다. 올가을, 청년실업에 제동을 거는 것을 목표로 33년 만에 대학입학자격시험(바칼로레아) 개혁을 단행하는 프랑스가 추첨 입학제를 폐지하고(그랑제콜 제외) 대학에 선발권을 준 것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공론화위에서 시민들이 숙의(熟議) 중인 개편안을 거칠게 요약하면 ①정시 확대 ②수능 절대평가 ③현행 유지 ④수능 위주 전형 확대 및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균형과 수능 상대평가라 할 수 있다. 단순하게 나누면 결국 객관식 수능이냐, 주관식 학종이냐다. 객관식이 공정할지, 주관식이 공정할지, 한길을 막고 물어보면 답은 뻔하다. 대통령이 원하는 답은 객관식인 수능 정시 확대인 듯하다.

그러나 과연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3년 내내 성실하게 공부한 A보다 막판 몇 달 달달 외운 B나 찍은 C가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A는 세상이 불공평해 보일 것이다. 사실 고교생들은 학종을 못 믿겠다며 불안해하지만 실제로는 학종으로 합격한 대학생들이 고교 생활도 잘했고, 대학에서도 만족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자율성과 창의력, 공감능력 같은 미래 역량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게 바로 10년 전부터 미세 조정되며 이어지는 현 대입 체제다.

문제는 이 정부 교육공약 설계자로 소문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수능과 내신 절대평가제로 바꾸겠다고 나서 이 모든 사달이 비롯됐다는 점이다. 전교조 소원대로 경쟁 없고 평등한 교육으로 갈 작정이었으나 여론이 나빠지자 ‘정시 확대’로 돌아서게 됐는데 그러자니 암기 위주 교육은 더 망가질 게 뻔하다. 결국 다시 돌아가기도 민망해 대입 공론화위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우리 아이들의 교육이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는커녕 얄팍한 인기에만 급급한 이 정부의 속성을 이처럼 드러낸 사태도 없다. 포퓰리즘이라는 말을 쓰기도 아까운 인민주의의 극치다.

공론화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이 일만은 해주었으면 한다. 세금 낭비뿐 아니라 교육을 혼돈으로 몰아간 무책임한 교육수장 김상곤의 해임을 건의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대학 경쟁력의 발목을 잡아온 교육부를 대학에서 떼어내고 자유를 돌려준다면, 김영란 위원장은 대성공이다.
 
김순덕 논설주간 yuri@donga.com
#교육정책#공론화위원회#김상곤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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