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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미투운동까지 공격하는 트럼프… 백인남성 지지층은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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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미투운동까지 공격하는 트럼프… 백인남성 지지층은 열광

정미경 전문기자 입력 2018-07-12 03:00수정 2018-07-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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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투어때 여성비하 단골메뉴 ‘정치 아웃사이더(이방인)’라는 슬로건으로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버전’과 ‘전국 투어 버전’으로 살아간다.

‘워싱턴 버전’일 때는 얌전하다. 백악관에 있을 땐 정치인들과 별로 교류하지 않고, 공화당 정치인들과도 서먹서먹한 사이다. 공식 발언을 할 때는 조심스럽게 하고 단어 선택도 신중하게 하는 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 연설 투어에 나설 땐 기세등등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스캔들과 이민정책 혼선 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렸을 때도 전국 이곳저곳을 돌며 수만 명의 지지자들 앞에 당당하게 서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말을 내뱉고 설화(舌禍)를 일으키는 경우도 대부분 연설 투어를 할 때다.

○ ‘미투’ 운동에 딴지 걸다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선동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 트럼프 연설을 ‘위험하다’고 평했다. 미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원칙이 결여됐을 뿐 아니라 편협하고 차별적인 발언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연설 투어의 단골 주제는 여성이다. 연설 초반 장내 분위기를 띄워야 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어김없이 여성 정치인을 거론한다. 여성 성폭력·성희롱 고발 운동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도 자주 언급한다. 미투 때문에 남성들의 인생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여성 직원들의 성추행 고발로 해고된 로저 에일스 전 폭스뉴스 회장과 빌 오라일리 전 폭스뉴스 진행자는 트럼프가 연설할 때마다 변호해 주는 단골손님들이다. 일단 “나는 그들의 무죄를 100% 믿는다”라고 운을 뗀 뒤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사기꾼 여성들에게 돈을 주기를 거부한 정직한 성품일 것”이라고 대놓고 두둔한다. 트럼프는 성추행 고발 여성들을 ‘악덕 돈놀이꾼’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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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몬태나주 그레이트폴스에서 열린 연설에서도 미투를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대선의 민주당 선두주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한참 비난한 뒤 “아차, 우리는 미투 시대에 살고 있구나. 말도 여자처럼 해야 돼. 사근사근하게”라고 비꼬았다.

미투 운동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런 발언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열광한다.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넘어 ‘치유됐다’고 주장하는 지지자들도 많다. 지난해 9월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 계층은 백인 노동자 남성이 72%다. 여성 운동가들은 트럼프를 ‘미투 운동의 공적 1호’로 규정한다.

○ 민주당 여성 정치인 수난시대

미투 운동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하는 것이 여성 정치인이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의 여성 정치인은 트럼프의 ‘밥’으로 통한다. 트럼프 독설과 조롱이 집중적으로 향하는 대상은 민주당 여성의원 4명이다. 미 언론은 이들에게 ‘팹포(Fab Four·멋진 4인조)’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원래 팹포는 영국 록밴드 비틀스 멤버 4명을 가리키는 별명이다. 트럼프와 사이가 좋지 않는 미 언론은 ‘힘내라’는 의미로 여성 정치인 4명을 팹포라고 부른다.

팹포는 상원과 하원에 2명씩 있다. 하원의 낸시 펠로시 원내대표와 맥신 워터스 의원, 상원의 워런 의원과 카말라 해리스 의원이 그들이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뒤 침체에 빠진 민주당에서 가장 뚜렷하게 반(反)트럼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외교와 국내정치, 워런 의원은 기업 감시, 워터스 의원과 해리스 의원은 이민정책에서 트럼프 비판 선봉을 맡고 있다.

○ 트럼프의 여성혐오를 방관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여성 정치인들에게 저속한 별명을 붙여 웃음거리로 만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워런 의원을 부를 때는 ‘포카혼타스(미국 원주민 추장 딸)’, 워터스 의원은 ‘저지능(low IQ)’, 해리스 의원은 ‘MS-13 그루피(미국의 악명 높은 멕시코 갱단 추종 팬)’라고 부른다. 펠로시 원내대표에게는 ‘정신 나간 민주당의 얼굴’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CNN은 “국가 통치보다 여성의원 별명을 만드는데 더 많은 노력을 들이는 대통령”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의 여성혐오적 태도에 미국인들은 별다른 비난을 하지 않고 있다. 여성계만이 시위를 하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5월 트럼프와 여성 유권자에 대한 특집기사를 실었던 온라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진보주의적 미국인들조차 트럼프의 여성혐오적 세계관에 별로 관심을 쓰지 않는다”면서 ‘트럼프니까(Because it’s Trump)’라는 유행어를 소개했다. 데브라 킨지 다트머스대 사회학 교수는 “트럼프 독설과 악담의 홍수 속에 살다보니 미국인들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체제순응형 인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여혐적 세계관도 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체념이 미국 사회를 지배한다”고 설명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트럼프#여성혐오#여성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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