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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기쁨조’ 논란, 女승무원 “‘너는 울고 너는 안기고…’ 지시 받고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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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기쁨조’ 논란, 女승무원 “‘너는 울고 너는 안기고…’ 지시 받고 연습”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8-07-09 09:20수정 2018-07-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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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화면 캡처

“회장님을 뵙는 날, 자꾸만 떨리는 마음에 밤잠을 설쳤었죠.”
“이제야 회장님께 감사하단 말 대신 한송이 빨간 장미를 두 손 모아 드려요.”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 가슴이 터질 듯한 이 마음 아는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73)이 매월 한 차례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의 승무원 교육동을 방문할 시 승무원 교육생들이 율동과 함께 불렀다는 노래의 가사 내용이다. 1990년대 초반 히트곡인 신인수의 ‘장미의 미소’를 개사했다.

아시아나 승무원 A 씨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회장님의 입맛에 맞게 노래를 개사하고 ‘너는 울고 너는 안기고 너희는 달려가서 팔짱끼어라’ 주문들을 들었다. 정상적인 행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승무원 개개인 별로 역할이 주어졌다는 것.

이어 “교육생들은 교관님들에게 그런 주문을 받는다. 교관님들은 그 윗분들에게 지시를 받고 회장님이 좋아하시는 거에 따라서 점점 내려오는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A 씨는 자신이 직접 겪은 내용임을 강조하며 “회장님이 들어오면 교관들부터 눈물을 흘린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저희가 멀뚱멀뚱 가만히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박 회장이 방문할 시 각 승무원 교육생이 할 행동과 멘트 등을 사전에 정해 연습한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회장님이 들어오시기 전 3~4명 정도를 골라서 회장님이 복도에서 걸어오실 때 달려가서 반기는 역할을 정한다. 누구는 왼쪽 팔짱, 누구는 오른쪽 팔짱을 끼고 딱 붙어서 모셔오라고 한다”며 “‘회장님 이제 오셨습니까’, ‘회장님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기다리느라 힘들었습니다’ 등등 이런 멘트들을 하면서 모셔오면 회장님을 가운데 끼고 삥 둘러서서 기수와, 이름 등 준비했던 멘트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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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회장님 보고 싶어서 밤잠을 설쳤습니다’, ‘어젯밤 꿈에 회장님이 나오실 정도였습니다’, ‘회장님 사랑합니다’ 등의 멘트가 중복되지 않도록 사전에 교관 앞에서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밀착해서 ‘회장님 사진도 찍어 달라’고 말씀드리고 계속 조른다”며 “안아드릴 때 ‘회장님 한 번만 안아주십시오’라는 말은 삼가라고 한다. ‘한 번만’이라는 게 회장님께서 기분이 나쁘실 수 있으니까. 이 정도까지 말을 한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듣고 보고 제 앞에 있는 동기한테 하는 말 이런 것만 지금 말씀드리고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진행자는 “독재국가에서 독재자한테 기쁨조가 하는 행동을 연상케한다”고 충격을 드러냈다.

A 씨는 아시아나의 거의 모든 승무원들이 겪은 관습과도 같다며, ‘자발적 행사’라는 아시아나 측의 해명에 대해 “갓 입사해서 엄청난 양들을 배우는 과정에서 그 와중에 회장님이 오신다고 ‘노래를 불러드리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 같은 지시를 거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인턴으로 계약직 입사를 하게 된다. 1년 동안 계약기간 지나고 그때 소장님의 심사로 정직원으로 전환이 되는 시스템인데 그런 와중에 ‘저는 못 하겠다’, ‘저는 안 하겠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승무원이 되고 나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A 씨는 “비행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회장님이 방문하시는 순간 모든 업무, 모든 교육은 스톱이다. 누구 하나 비행 준비를 하고 있는 승무원이 없다. 다른 걸 하고 있는 승무원들을 그쪽으로 보낸다”며 “알아서 잘 준비해야 된다는 분위기? 너네도 다 알지 않느냐, 이런 분위기”라고 말했다.

A 씨는 이번 ‘기내식 대란’ 사태와 관련, “근무를 하면서 정말 사소한 실수로 인해 손님에게 컴플레인이 올 경우 그 담당 승무원이나 담당 중 한 명이 꼭 책임을 져야 한다. 소위 말해 쥐 잡듯이 잡는다”며 “이 기내식 대란으로 인해 손님들과 승무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너무 다른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이어 “떠넘기기 감추기에 급급한 대응 말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제자리로 돌려줬으면 한다”며 “사실 요구할 점과 개선되었으면 할 점이 굉장히 많은데 정말 많은데 일단 해결책과 저희가 당당하게 서비스할 수 있을 정도까지 만이라도 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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