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오르고 싶은가? 젊은 빅리거 키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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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대진표로 본 특징
92명중 유럽 5대리그 선수 81명… 크로아 빼고 감독 2년 이상 지휘
슈퍼스타 의존 않는 전술 다듬어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18이 됐다.”

우루과이와 브라질이 2018 러시아 월드컵 8강에서 나란히 탈락하자 외신들이 내놓은 평가다. 준결승에 유럽 4개국(프랑스, 벨기에, 크로아티아, 잉글랜드)만 남았기 때문이다. ‘유럽 천하’가 된 이번 대회 4강 대진표에는 세계축구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월드컵도 결국 유럽팀이 우승하게 됐다.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4회 연속이다. 독일 대회 때도 지금처럼 4강이 모두 유럽 국가였다. 그 대회에서 이탈리아가 왕좌에 올랐고, 2010년 남아공에선 스페인, 2014년 브라질에서는 독일이 차례로 정상을 밟았다. 1962년 칠레 월드컵(브라질 우승)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브라질 우승)까지 남미와 유럽 국가가 번갈아 가며 우승을 차지했던 ‘대륙 양분’의 역사가 완전히 폐기된 것이다.

이번 4강전에 출전할 92명의 선수 명단만 봐도 유럽의 강세는 확연하다. 유럽리그 ‘빅5’ 출신이 88%(81명)에 이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40명), 스페인 프리메라리가(12명), 프랑스 리그1(12명), 독일 분데스리가(9명), 이탈리아 세리에A(8명) 순이다. 즉, 현재 우승을 노리고 있는 4개국의 존망을 좌지우지할 각국의 에이스는 대부분 유럽축구연맹(UEFA) 산하 리그 선수들인 셈이다.

이번 대회 4강 진출 4개국의 공통점은 ‘세대교체’로 요약된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4강에 오른 벨기에,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준결승에 오른 잉글랜드 모두 20대 초중반의 EPL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크로아티아와 프랑스 역시 ‘빅5’ 리그 출신의 젊은 선수들이 팀을 이끈다. 유럽 빅 리그에 진출한 젊은 선수가 얼마나 많은지가 각 팀의 경쟁력을 대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4강 진출국의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거론되는 것이 감독과의 오랜 호흡. 지난해 10월에 크로아티아 사령관으로 오른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을 제외하면 4강에 오른 나머지 팀의 수장은 최소 2년 이상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다. 이들은 ‘슈퍼스타’ 한 명에 의존하는 전술을 짜기보다는 정교한 팀 전술을 활용해 각자의 승리 공식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수많은 스타가 있었지만 결국 네이마르(브라질)나 메시(아르헨티나), 호날두(포르투갈) 등 슈퍼스타 한 명에 의존했던 팀은 모두 떨어졌다”며 “그 대신 잉글랜드를 비롯해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 ‘변형 전술’을 연구하고, 세트피스를 잘 활용한 팀들이 결국에는 살아남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 4강은 단골 우승 국가가 모두 빠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브라질(5회)과 독일(4회), 아르헨티나(2회)가 빠진 채 월드컵 4강 대진표가 짜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20차례 월드컵에서 이들을 포함해 8개국(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잉글랜드, 우루과이)만 우승했다.

한편 이번 대회 본선 진출국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최하위(70위)인 개최국 러시아는 8강에서 크로아티아와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돌풍의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러시아는 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평가전 부진 등의 이유로 숱한 비난에 시달렸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많이 뛰는 ‘발 축구’를 앞세워 연달아 강호들을 격파해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평가받았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유럽 천하#유럽축구선수권대회#러시아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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