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이진구 기자의 對話]“우린 위험하다고 탈원전하면서 남에게는 팔다니요…”
더보기

[이진구 기자의 對話]“우린 위험하다고 탈원전하면서 남에게는 팔다니요…”

이진구 기자 입력 2018-07-09 03:00수정 2018-07-09 09:12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최성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학과장
최성민 학과장은 4일 인터뷰에서 “안전은 피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는 과학기술적 방법을 찾아서 얻는 것”이라며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것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최근 국내 최고 대학인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전공 지원자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학교는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뽑은 뒤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데, 1학기 5명에 이어 이번 2학기에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은 것. 이를 두고 지난해 시작된 탈(脫)원전 정책으로 관련 분야 고사 현상이 가시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이 학과 학과장인 최성민 교수(53)는 “학생 수 감소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탈원전이 백년대계가 돼야 할 국가 에너지 정책에 부합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이런 원자력계의 우려를 졸업생 취업만 지원해 주면 되는 문제로 보는 것 같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
 
―올 1학기 지원자도 5명에 그쳤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
이진구 기자

“원래 대부분 1학기 때 전공을 정하기 때문에 2학기 때는 지원자가 적다. 영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내년 1학기 지원자를 보면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KAIST 신입생 중 올해 전공 선택자는 1학기 725명, 2학기 94명 등 모두 819명이다.

―과거에는 통상 몇 명 정도가 지원했나.

“해마다 차이는 조금 있지만 통상 20여 명이 지원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외부 요인이 발생하면 좀 더 줄기는 한다. 학과별로 규모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대략 교수당 학생 비율로 볼 때 20명 정도면 평균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2010년 22명, 2012년 9명, 2013년 25명, 2015년 25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는 9명, 올해는 5명이 지원했다.

―1학기에 지원한 5명은 왜 지원했다고 하던가. 어떤 면에서 지원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지원한 학생들이 더 특이해 보이는데….

“한 학생은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과 상생 방안을 고민하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하더라. 전공을 원전 산업만이 아니라 인류의 에너지 문제 수준으로 놓고 결정한 것이다.” (허, 기특한 학생인데?) “인류의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될 것 같다. 하하하.”

주요기사

―원자력학과 하면 원전이 떠오르는데 연구·진출 분야가 얼마나 다양한가.

“크게 원자력 에너지 분야, 방사선 의료 분야, 반도체 우주 국방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 활용되는 플라스마 및 방사선 기술 응용 분야, 가속기와 하나로 중성자 연구시설 등 국가기술 및 산업기술 개발의 근간이 되는 대형 국가 연구 인프라 시설 분야 등을 교육·연구하고 있다. 원전만 하는 게 아니다. 국가정보원에도 간다.” (국정원에 왜?) “핵에 대해 뭘 알아야 북한이 핵실험을 했는지, 뭘 터뜨린 건지, 정보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판단할 것 아닌가. 외부 전문가 이야기도 이해할 능력이 있어야 들을 수 있고…. 그래서 실제로 원자력학과 출신들이 국정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물론이고 외교부, 청와대까지…. 원자력이란 게 산업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 국제정치 문제가 늘 있어 외교부에서도 필요하다.”

―달리 생각하면 지원자 감소 현상이 계속되면 비단 원전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에 엄청난 피해가 온다는 뜻인 것 같은데….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지만…, 만약 우리나라에 원자력 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상황이 온다면 모든 전문가적 판단을 외국 인력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의료, 우주, 국방 등 관련 산업은 물론이고 국가 외교 안보 측면에서도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이다.”

―탈원전 자체가 잘못이라는 건가.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 중 하나다. 매년 바꿀 수 있는 정책도 아니고…. 따라서 결정할 때는 냉철한 과학적 근거와 충분한 논의, 그리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과정이 충분했나? 탈원전이 대선 공약이었고, 당선 후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탈원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전기료 인상, 온실가스 문제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 창출도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3월 문재인 대통령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자들이 한국의 첫 수출 원전인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 완료 기념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동아일보DB
―이런저런 이유를 대지만 결국 탈원전의 근본 이유는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 같다. 고리1호기, 월성1호기의 사례에서 보듯 수명이 끝난 원전을 부품만 교체해 재가동한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럴 거면 왜 ‘수명’이 존재하는 건가.

“‘수명’이라는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다 보니 생긴 오해다. 마치 더 이상 쓸 수 없는 원전을 대충 땜질해 쓰는 것 같은 느낌을 주니…. 법적 용어는 ‘계속운전’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정기검사를 통해 문제가 없으면 계속 사용을 허가해 준다. 마찬가지다. 정해진 수명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다. 백년 천년 쓸 수는 없겠지만 정확한 안전규정이 있으니까 그걸 통과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폐쇄한 고리1호기와 같은 유형의 발전소를 미국은 40년 운영 후 20년을 추가 운영하고 있고, 20년 더 운영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월성1호기와 같은 원전을 사용하는 캐나다에서는 80년 가까운 운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왜 설계수명이라는 용어를 쓰나?) “미국에서 만들어진 ‘운영허가갱신’ 제도를 일반적으로는 ‘설계수명’, 법적으로는 ‘계속운전’으로 표현하는데 사실 이 제도는 원전의 기계적, 물리적 수명과는 관계없이 독점금지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80년, 100년을 허가하면 한번 시장에 들어간 원전 외에는 다른 원전이 들어올 수 없어 사실상 독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짧으면 사업자의 위험이 너무 커 아무도 안 하려 할 테고…. 원전의 물리적 수명을 말하는 게 아니다.”

―무식한 질문이지만 그래도 묻고 싶다. 원자력발전소는 정말 위험한가.

“지금까지 원전 사고를 피해 규모로 보면 우크라이나 체르노빌(1986년), 일본 후쿠시마(2011년), 미국 스리마일섬(1979년) 순이다. 사고 원인은 사람의 실수, 기계 고장, 천재지변 등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다. 노심(爐心·원자로의 중심부로 핵연료인 연료봉 다발)이 녹는 것이다. 체르노빌은 원자로를 덮는 격납용기가 없는 원전이다. 사고가 나면 방사선이 그대로 방출되는 것이다. 이런 원전은 이제 짓지 않는다. 후쿠시마도 원자로를 덮는 격납용기가 허술했다. 국제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체르노빌 방사선의 10분의 1 정도가 외부로 누출됐다고 한다. 스리마일은 노심이 녹아내렸고 수소폭발도 있지만 격납용기가 아주 튼튼하게 지어져 외부로 방사선이 누출되지 않았다. 며칠 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방문했으니까…. 우리나라 원전도 스리마일처럼 격납용기가 튼튼한 모델이다. 흔히 원전 사고 하면 영화 ‘판도라’의 장면을 생각하는데 그건 정말 상상이다. 최악의 경우도 스리마일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원전의 안전성과 방사선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납품비리나 부실공사도 발생하고 있고….

“공포심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도구다. 공포를 못 느끼면 위험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죽을 테니까…. 하지만 공포가 세상을 지배하면 안 된다. 방사선의 일반인에 대한 법적 선량한도(線量限度·인체에 해가 없다고 생각되는 방사선의 양적 한계)는 1mSv(밀리시버트)다. 어느 정도를 쐐야 방사선으로 인한 위험이 나타날 것 같은가?” (1mSv 이상이면 위험한 것 아닌가?) “100mSv 이하에서는 사례가 관찰되지 않고 있다. 1mSv는 더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정한 수치다. 100mSv 이하에서도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단지 위험 사례는 없지만, 사례가 없다고 완전하게 위험이 없다고 단정 짓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사실상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형아 출산율이 5.5%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수치가 원전 주변 지역을 조사해 나온 것이라면 모두 원전 때문이라고 여긴다. 개연성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인과관계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원전의 위험성 문제는) 그런 식으로 수십 년간 누적돼 왔다.”

―우리나라는 지금 22조 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건설 수주를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뛰고 있다. 우리는 위험하다고 안 짓는데 남에게는 팔아도 되는 걸까.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해로워서 내 자식은 안 먹이면서, 돈을 벌기 위해 남에게는 파는 것과 뭐가 다른가. 또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부품 공급망이 무너지면 수주를 해도 문제다. 미국이 우리보다 훨씬 비싼 이유가 미국은 그동안 원전을 안 지어서 자체 공급망이 무너졌다. 그래서 부품을 외부에 의존하다 보니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결국 비싸진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한국은 정해진 예산과 기간 안에 원전을 지을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원전 수출 분야에서 사실상 황금 기회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고,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은 그 신호탄이었다. 그 기회가 사라질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산업부가 원자력 관련 학과 지원책을 발표했는데….

“전국 16개 대학 원자력 관련 학과의 취업을 지원하고 핵심 인력 유출 방지도 노력하겠다고 하더라.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 전공자 취업도 늘리겠다고…. 탈원전 정책 기조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백년대계가 돼야 할 국가 에너지 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느냐다. 그걸 원자력학과의 고사나 졸업생의 취업 문제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원자력계가 지금 전공자들의 취업 문제 때문에 탈원전 정책을 재고하라고 요구한다고 생각하는지. 정책적, 사회적, 재정적으로 제대로 된 처우를 못 받는다면 유능한 인재가 빠져나가는 걸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나.”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원자력#카이스트#탈원전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

부동산 HOT ISSUE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