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열광시킨 골… 마음을 담은 세리머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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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음바페 “사랑하는 가족에게”… 러 주바 “존경하는 감독님께 경례”
“첫 골 축하해” 세네갈 단체 댄스도

지구촌 최대의 축구 축제인 러시아 월드컵은 환상적인 골만큼이나 멋진 세리머니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 상남자형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개막전에서 러시아의 아르툠 주바는 교체투입된 지 60초 만에 골을 넣었다. 그러자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 러시아 감독은 자신의 용병술을 한껏 살려준 주바를 향해 거수경례를 날렸다. 이후 주바는 이집트와의 조별리그에서 득점한 뒤 똑같은 거수경례로 화답했고,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패널티킥을 성공시킨 뒤에도 같은 세리머니를 이어갔다. 다만 주바는 오른손으로 거수경례를 하며 동시에 늘 왼손으로 머리 위 모자를 잡는 듯한 포즈를 취한다. 군모 없이 맨머리로 거수경례를 하지 않는다는 러시아 군대의 전통 때문이다.

○ 덕후(한 분야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형

프랑스의 앙투안 그리에즈만은 비디오 게임 ‘포트 나이트’의 홍보대사로 불릴 만하다. 그는 소속 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도 골만 넣으면 이 게임에 나오는 ‘Take the L(패배를 받아들여라)’ 춤을 신나게 췄다. 이 댄스는 게임 속 캐릭터가 상대 캐릭터를 죽인 뒤 도발할 때 춘다. 그리에즈만은 우스꽝스러운 ‘L자 댄스’를 러시아에서도 이어갔다.

○ 가족사랑형

이번 월드컵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는 골을 넣은 뒤 팔짱을 낀 채 양손 엄지를 세우는 시크한 세리머니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세리머니의 속뜻은 전혀 시크하지 않다. 음바페의 세리머니는 그가 집에서 12세 동생 에탄 음바페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축구게임을 할 때 동생이 골을 넣은 뒤 마룻바닥에서 하는 동작이다. 최고의 축구선수가 된 형의 가슴 한쪽에는 함께 게임을 즐기던 동생이 자리잡고 있는지 모른다.

골을 넣은 뒤 하늘을 향한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의 손짓은 돌아가신 할머니를 향한 손자의 각별한 마음이다. 메시는 “모든 골을 할머니에게 바친다. 할머니는 나를 축구로 이끄셨지만 내가 이렇게 성장한 것은 보지 못하셨다. 늘 할머니가 나와 가족들을 보살펴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벨기에의 로멜루 루카쿠 역시 파나마와의 첫 경기에서 두 개의 골을 연달아 넣은 뒤 카메라를 향해 ‘마마(엄마)’라고 외친 뒤 손바닥 키스를 날려 전 세계에 ‘엄마 사랑’을 인증했다.

○ 흥겨운 댄스형

‘춤’은 그라운드 위 감격을 표현하는 가장 격렬한 방법이다. 세네갈의 음바예 니앙이 조별리그 폴란드전에서 성공시킨 골은 국가대표 데뷔 첫 골이었다. 동료들이 그를 둘러싸고 일제히 신나게 춤판을 벌인 까닭이다. 조별리그 세네갈전에서 1-0 승리를 이끄는 골을 넣었던 콜롬비아의 예리 미나는 잉글랜드와의 16강전에서도 0-1로 뒤진 추가시간 동점골을 터뜨려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비록 승부차기에서 패했지만 그와 동료들의 ‘떼춤’은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 뜨거운 감자형

세리머니 중 가장 뜨거운 갑론을박을 양산한 건 단연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수염 만지기’였다. 호날두의 이 세리머니에 대해 당시 길게 수염을 기르고 있던 메시가 시대를 초월한 최고의 레전드를 뜻하는 ‘GOAT(Greatest of All Time)’라 불리는 것에 대한 조롱이라는 해석이 난무했다. 호날두는 “면도를 하다가 턱수염이 남아서 동료에게 ‘내일 골을 넣으면 수염을 자르지 않겠다’고 했는데 (스페인전에서) 골을 넣었다. 행운이라고 생각해 안 자른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러시아 월드컵#세리머니#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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