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류수노]통일 전후 북한주민 사회교육을 위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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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예전 시골집 마당에는 코끼리 코 모양의 물 펌프가 있었다. 무더운 날이면 그 펌프에 물 한 바가지 붓고 퍼 올린 지하수로 시원하게 등목을 하고는 했다. 새 물을 맞으러 내려가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없으면 갈증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소중한 물이었다.

한국방송통신대는 46년간 고등교육에 대한 국민의 갈증을 풀어주는 마중물 역할을 해 온 평생고등교육기관이다. 졸업생 67만 명, 재학생이 11만 명에 이르는 국내 유일의 메가 대학이다. 이는 방송대가 학위 취득은 물론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자기계발을 하며, 평생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려는 각계각층이 많이 찾는 평생고등교육기관임을 잘 보여준다.

최근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연이은 성사로 한반도의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민족 통일을 준비하는 이때에 우리보다 먼저 분단과 통일을 경험한 독일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갑작스러운 통일에 따른 사회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독일의 여러 노력들 가운데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통일 전후 과정에서 북한 주민, 특히 성인 교육이 중요하다.

결국 통일 과정에서 북한 성인 교육 활동은 사회교육의 성격을 띠고 있다. 시간과 장소에 제한을 받는 전통적인 학교 중심의 교육만으로 충족하기 어렵다. 다양한 교육 매체를 활용한 원격교육 방식을 병행하고 통신, 통관, 통행 등 3통(通) 협정을 체결하면 북한 주민 대상의 방송통신교육도 충분히 가능하다. 통일 초기에는 북한의 기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쇄매체, 라디오, TV 등을 활발히 이용하고 각 지역의 영화관, 인민학습당을 지역교육센터로 활용하면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방송대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라디오와 TV는 물론 모바일 등 첨단 기기를 활용하여 다수의 국민에게 고등교육을 제공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만큼 적극 활용해야 할 국가 자산이다. 방송대는 통일 전후에 예상되는 교육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 중에 있다. 무엇보다 남북 주민 갈등, 체제 차이 극복 및 이해 등 사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새로운 한반도 환경에서 방송대는 남북 모두의 평생고등교육기관으로서 기여하고 싶다. 원격교육기관의 장점과 반세기 동안 축적된 대학 및 시설 운영, 교육 콘텐츠 제작 경험 등을 활용해 북한 성인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한다면 통일을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그 마중물이 방송대 평양지역대학에서 시작되길 꿈꾸어 본다.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통일#북미 정상회담#방송통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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