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마의 6골’… 해리 케인 태풍 어디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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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당 2골 페이스, 득점왕 유력

마의 6골 벽은 16년 만에 무너질 수 있을까.

해리 케인(잉글랜드)이 4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콜롬비아와의 16강전에서 1골을 넣으며 팀의 8강 진출에 발판을 놨다. 1-1로 경기를 마친 잉글랜드는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콜롬비아를 꺾었다.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 출전하지 않은 케인은 이번 월드컵 3경기에서 6골이나 넣었다. 경기당 2골 페이스다. 4경기에서 4골을 넣은 득점 2위 로멜루 루카쿠(벨기에)와의 격차도 2골로 벌리며 득점왕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케인은 4일까지 기록한 6골 중 절반인 3골이 페널티킥 골이라 득점왕 레이스에서 행운이 따랐다는 평가다. 역대 월드컵에서 페널티킥 성공률이 80%에 이른다.

이제 관심은 1978년 이후 단 한 명에게만 허용한 ‘7골 이상’ 득점왕이 탄생할지에 집중되고 있다. 1978년 이후 40년 동안 6골 이상은 단 한 차례 나왔다. 펠레 이후 ‘신축구 황제’로 불렸던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8골을 몰아친 것. 독일과의 결승전에서는 혼자 2골을 넣으며 팀의 우승(2-0 승)을 이끌었다. 특히 호나우두가 한일 월드컵에서 기록한 8골은 모두 필드골이었다. 케인이 최소 7골 이상을 넣고 득점왕에 오를 확률이 높아졌지만 호나우두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호나우두 이후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연속으로 5골 득점왕이 나왔을 정도로 골잡이들의 기세는 수그러들었다.

앞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당시 포르투갈의 축구영웅 에우제비우는 9골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는데, 4골이 페널티킥 골이었다. 득점 2위(6골) 헬무트 할러(서독)와 필드골은 5골로 동률이었다. 잉글랜드 월드컵 직전 7차례의 월드컵에서 득점왕들은 페널티킥의 도움을 받지 않고 득점왕에 올랐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불가리아의 4강을 이끈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는 조별리그 3경기서 6골을 몰아친 러시아의 올레크 살렌코와 가까스로 공동 득점왕이 됐는데, 4강전에서 성공시킨 페널티킥의 힘이 컸다.

특정 스타 의존도가 심하고 수비 전술이 단순했던 월드컵 초창기에는 경기당 1골 이상을 손쉽게 넣는 득점왕이 쏟아졌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 득점왕인 쥐스트 퐁텐(프랑스)은 6경기에서 13골(경기당 2.17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에 올랐다. 역대 단일 월드컵 최다골 기록이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는 샨도르 코치시(헝가리)가 11골(5경기),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게르트 뮐러(서독)가 10골(6경기)을 기록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축구 전술에서 압박수비가 강조되고 모든 선수가 공격 또는 수비에 가담하는 ‘토털 사커’ 등이 주류로 자리 잡은 후부터 특정 선수에게 의존한 득점은 줄어들었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이후 조별리그부터 최대 7경기를 치르는 월드컵에서 득점왕은 6골 이하에서 결정돼 ‘마의 6골’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잉글랜드가 4강까지 진출해 케인이 앞으로 3경기를 더 치른다면 산술적으로 6골을 더 추가할 수 있다. 1974년 서독 월드컵 이후 40년 넘게 명맥이 끊긴 두 자릿수 골 득점왕까지 노려볼 만하다는 계산도 나온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잉글랜드#해리 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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