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김비서… 박민영은 왜 떴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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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인기몰이

tvN 수목드라마 ‘김 비서가 왜 그럴까’의 김미소(박민영 역)는 웃으며 할 말 다하는 신(新)걸크러시 캐릭터다. 기존 드라마가 그려 온 비서직에 대한 고정 관념 대신 9년 차 베테랑 비서의 전문성과 자부심,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 등이 드러난다. tvN 제공
tvN 수목드라마 ‘김 비서가 왜 그럴까’의 김미소(박민영 역)는 웃으며 할 말 다하는 신(新)걸크러시 캐릭터다. 기존 드라마가 그려 온 비서직에 대한 고정 관념 대신 9년 차 베테랑 비서의 전문성과 자부심,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 등이 드러난다. tvN 제공

“남자 주인공 보려고 왔다가 여자 주인공에 ‘입덕(팬으로 입문)’한 드라마.”

최근 tvN 수목드라마 ‘김 비서가 왜 그럴까’의 김미소(박민영 역)가 젊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온라인 게시판엔 ‘여자가 봐도 예뻐서 다시 보기 할 때 저절로 계속 캡처하게 된다’ ‘미소의 대사가 너무 통쾌하다’ 등 20, 30대 여성들 반응이 뜨겁다. 드라마 속 캐릭터와 그를 연기하는 ‘로코(로맨틱코미디)’ 맞춤 배우 박민영의 매력 포인트를 플롯과 설정, 패션, 연출 측면에서 살펴봤다.

○ 고구마와 사이다를 오가는 신(新)걸크러시

드라마는 9년 동안 대기업 부회장 이영준(박서준 역)의 비서로 일했던 김미소 비서가 퇴사를 선언하며 시작한다. 취업 뒤에도 늘 숙제처럼 여겨지는 ‘자아 찾기’를 결심한다는 설정. 한평생 타인을 위해 살던 여자의 선언은 드라마에서 항상 수동적으로 그려지던 비서라는 캐릭터에 균열을 낸다. 돈과 지위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고정 역할에서 벗어나 오히려 ‘주체의 객체 의존성’이 강조된다. 영준도 당연하게만 여겼던 김 비서의 존재와 고마움을 깨달으며 반성한다.

사표를 내기 전에도 김 비서는 언제나 ‘선’을 지키며 상사에게 직언한다. 눈치 없이 회식 자리에 낀 부회장에게 “이제 그만 집에 가시는 건 어떨까요?” 묻는다거나, 생글생글 웃으며 “부회장님이 어찌나 무안을 주시던지, 그 뒤로 중국어 공부했다”고 말한다. 그간 오피스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던 ‘사이다녀’와 당하기만 하는 ‘고구마녀’의 경계를 묘하게 넘나든다. 여성 직장인이라면 ‘저 정도는 나도 해볼 수 있겠다’ 싶게 만드는 신종 걸크러시 캐릭터다.

○ 리얼리티와 판타지 두 마리 토끼 잡다

‘김 비서가…’는 최근 누리꾼들이 ‘로코 장인’이라 부르는 박준화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2015년 ‘식샤를 합시다 2’의 서현진, 지난해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정소민 등 여배우의 매력과 잠재력을 잘 이끌어내기로 유명하다. 한 드라마 PD는 “박 감독은 여타 드라마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독보적인 여주인공 캐릭터를 구현해 내는 연출가”라고 호평했다. 김미소란 매력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킨 숨은 주역인 셈이다.

박성용 촬영감독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2016년 ‘도깨비’ 등에서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였던 박 감독은 이번 ‘김 비서가…’에서 특별한 렌즈를 사용했다고 한다. 유명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의 영화용 렌즈인 ‘수미룩스 c’다. 이 장치는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로코의 밝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내는 데 탁월하다. 제작진은 “렌즈가 가진 선명함과 사실적인 색감을 기본으로 밝은 조명 톤에 로맨틱한 분위기를 주는 필터도 사용한다”며 “로코의 매력을 살리기 위한 후반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 ‘가성비’ 좋은 만화 주인공 패션

매회 방송될 때마다 김 비서의 패션도 큰 화제. 단정하게 올려 묶은 머리의 박민영은 파스텔톤 블라우스와 정장 치마를 다양하게 매치해 선보였다. 오피스룩인데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아름답다. 제작진에 따르면 박민영이 입은 옷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 가능한 ‘저렴한’ 제품이다. 실제로 1회 때 입었던 한 블라우스는 ‘가성비 최고’란 찬사를 받으며 온라인에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원작이 웹툰과 웹소설인 점을 감안해 박민영 역시 이번 작품을 위해 체형 관리에 상당히 신경 썼다고 한다. 박민영은 소속사를 통해 “만화 이미지가 큰 캐릭터인지라 외적인 부분도 잘 맞아떨어져야 시청자들이 몰입하기 쉬울 거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본래 운동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닌데 김미소 역을 준비하며 열심히 운동했다”는 그는 “그 덕분에 지금은 틈만 나면 즐겁게 운동하러 갈 정도로 습관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김 비서가 왜 그럴까#박민영#걸크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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