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자 증세 외에는 목적이 불분명한 세금 개편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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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어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재정개혁 권고안을 확정해 정부에 제출했다. 특위는 그동안 종부세 증세에 대해 4가지 방안을 두고 논의를 해왔는데 과세표준을 구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동시에 올리는 가장 강력한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인 지난해 8월 소득세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올리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는 1차 ‘핀셋’ 부자증세를 발표했다. 이번에는 종부세 대상자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를 각각 34만 명, 40만 명으로 대폭 확대하는 2차 부자증세다.

무엇보다 이번 증세안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 따라서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종부세 인상부터 무엇을 겨냥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청와대는 세수를 확충할 목적은 아니라고 했다. 종부세 인상으로 늘어날 재원 1조9000억 원이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지난해 세수가 265조4000억 원인 데다 예상보다 늘어난 초과 세수만 14조3000억 원이다. 종부세를 올려 늘어난 금액을 복지 재원으로 활용한다고 해도 소득 양극화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될 리 없는 규모다.

종부세 인상이 서울 강남 집값 잡기라면 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강남 집값을 잡는 카드로 보유세 인상을 자주 거론해왔다. 그러나 집값 잡기에 세금을 동원하는 것 자체가 하책(下策)이지만 길게 보면 그 효과마저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 보유세를 높이면 취득세 양도소득세 같은 거래세는 낮추는 방안이 함께 나왔어야 옳다. 그래야 보유세 부담에 따른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 세제 전문가들이 거래세 인하가 빠진 증세안에 비판적인 이유다. 게다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까지 동시에 강화해 자금이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옮겨 갈 퇴로마저 좁힌 것도 문제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위안에 대해 “조세 형평성 강화를 통한 조세정의 실현”이라고 밝혀 부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 성격을 시사했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때리면 많은 국민이 일시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지만 그런 정책이 가져올 역효과도 생각해야 한다. 세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특위 권고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종합부동산세 인상#재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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