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자료 다 달라는 국가교육회의… 요청자는 옛 사교육계 큰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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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개편 맡은 국가교육회의 참여 이현 소장 ‘도덕적 해이’ 논란

이현 소장
이현 소장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최근 주요 대학과 교육부에 전형별 합격자 수, 고교별 수능 과목별 등급, 원점수 현황 등 민감한 비공개 자료를 요구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이 자료를 요청한 인물이 과거 사교육계 ‘큰손’으로 통한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으로 2일 확인됐다.

맞춤형 입시컨설팅을 위해 사교육업체가 간절히 원해 오던 주요 정보를 사교육업체 대표 출신이 국가교육회의 전문가그룹에 들어가 정부와 대학에 요구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국가교육회의 요청에 따라 대학 49곳에 최근 4년간 전형별 합격자 수와 출신 고교, 고교 유형 등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보유한 전국 고교별 수능 과목별 등급과 원점수도 달라고 요청했다. 제출 마감은 이달 4일이다.

각 대학의 전형별 합격자 출신 고교와 고교별 수능 성적 모두 대학과 고교 서열화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자료다. 공문을 받은 대학은 서울대 등 국립대 20곳,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등 사립대 19곳, 교대 10곳 등 모두 중상위권 대학이다. 이들 대학에 합격한 출신 고교를 추리면 어느 고교가 주요 대학에 잘 보내는지 ‘줄 세우기’가 가능하다. 반대로 합격생 입학 성적을 비교하면 대학 서열화도 가능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고교별 수능 성적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서열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자료 제출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 대학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가운데 일부 대학은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합격생이 1, 2명에 불과한 일반고는 합격생이 누군지 특정될 수 있다.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대학에 달라는 요구”라고 했다. 한 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사교육업체가 굉장히 원했던 정보를 국가교육회의가 대신 달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대형 사교육업체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확보한 몇몇 대학의 입학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입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의 전체 입학생 자료가 사교육업체들에 넘어가면 이런 맞춤형 입시컨설팅이 더욱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대학 입학생 원자료가 공개되면 자칫 왜곡된 입시 정보로 가공돼 고교 현장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A대학은 특정 고교를 선호한다’는 정보가 퍼져 특정 고교 쏠림 혹은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자료 요청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 소장은 교사 출신으로 EBS를 거쳐 사교육업체에서 사회탐구 강의를 하다 2002년 ‘스카이에듀’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지낸 유명 인사다. 지금은 사교육업계를 떠나 우리교육연구소 활동만 하고 있다. 이번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에서 대입 개편 시나리오 제작에 참가한 35명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중 한 명이다. 정시를 확대하고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 간 균형을 1 대 1 대 1로 맞추자는 네 번째 시나리오(모형)의 대표 발제자다.

이 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실에 근거한 공론화를 위해 필요한 자료”라며 “원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공개할 계획”이라고 해명했지만 사교육업체로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논란에 대해 국가교육회의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론화위원회, 국가교육회의 모두 부작용 우려가 큰 이 소장의 자료 요청을 여과 없이 교육부와 대학들에 전달했다. 국가교육회의에 참여한 한 교육계 인사는 “공론화위원회가 여론조사 관련 전문가로만 채워져 있다 보니 이 자료가 공개됐을 때 미칠 파장을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박은서 기자
#대입자료#국가교육회의#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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