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우리사회 면면을 향한 자유롭고도 깊은 사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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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 사소한 부탁/황현산 지음/344쪽·1만4000원·난다
◇말도로르의 노래/로트레아몽 지음·황현산 옮김/296쪽·1만5000원·문학동네

‘황현산…’은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73)가 우리 사회 면면을 지그시 때로 예리하게 들여다본 후 에두르지 않고 직진하며 쓴 산문집이다.

고용 문제로 괴로워하던 아파트 경비원이 자기 몸에 불을 지르고 숨진 참사를 보며 탄식한다. ‘사과나 위로금 따위가 어찌됐는지는 모르지만 인간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그 또한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 섬에 가고 싶다’로 끝나는 정현종의 짧은 시 ‘섬’, 사실상 섬에 가기로 하며 끝나는 소설 ‘홍길동전’처럼 문학 작품에서 섬은 이상향을 노래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자신이 사는 곳을 섬으로 만들고 겹겹이 철벽을 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 평가에서 똑같은 예체능계 학과라도 4년제 대학은 취업률 예외를 인정하는 반면 2년제 대학에는 적용되지 않는 웃지 못 할 현실도 비판한다. 2년제 대학은 설립 취지가 전문 직업인 양성이기 때문에 그렇단다. 가장 자유로운 언어로 내밀하게 사고해야 할 인문학 수업을 영어로 하라고 강요하는 현실도 꼬집는 등 사회, 문화, 교육은 물론 정치 분야까지 거침없이 써내려갔다. 김혜순 시집 ‘피어라 돼지’, 신철규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미당 서정주 전집’ 등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담았다. 쉬운 언어로 자유로우면서도 깊은 사유를 풀어냈다.

‘말도로르…’는 악을 예찬한 문학사의 반항아 프랑스 작가 로트레아몽(1846∼1870)의 장편 산문시집을 저자가 암 투병 중에도 공들여 번역한 책이다. 창조주와 인간을 향한 말도로르의 잔인한 복수와 반항이 소름 끼치도록 기묘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해설’을 통해 말한다. “로트레아몽은 낭만주의의 모든 유산을 그 두뇌 속에 끌어안고 그것들을 즉각적인 방식으로 이용하며 한편으로는 재검토했다.…시 본래의 기능이 말하거나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들을 감염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말도로르의 노래#황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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