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판타지 대부가 돌아왔다 … 황홀경에 빠진 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영도 작가 ‘오버 더 초이스’ 출간

10년 동안 새 장편이 없어 갖은 추측을 낳았던 이영도 작가. 그는 “작품 공백이 길었을 뿐 나름대로 재미를 추구하며 계속 두드리고 읽고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최근 로널드 드워킨의 ‘정의론’을 읽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민음사 제공
10년 동안 새 장편이 없어 갖은 추측을 낳았던 이영도 작가. 그는 “작품 공백이 길었을 뿐 나름대로 재미를 추구하며 계속 두드리고 읽고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최근 로널드 드워킨의 ‘정의론’을 읽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민음사 제공
10년간 신작 장편을 내놓지 않은 소설가를 두고 골수팬들은 말들이 많았다. 경남 창원에서 집안 과수원을 물려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는 설, 그래서 드물게 흉작인 해에만 단편 하나씩 발표하는 거라는 추측. 몰래 밤에 가서 과수원을 어떻게(?) 하면 장편을 쓸 거란 엉뚱한 모의까지. 국내외에서 200만 부 이상 팔리며 한국 판타지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드래곤 라자’의 저자인 이영도 작가(46) 이야기다.

그런 그가 드디어 긴 침묵을 깨고 ‘오버 더 초이스’(민음사·사진)란 새 장편으로 돌아왔다. 작가라는 거창한 말 대신 스스로를 ‘타자(打者·자판을 두드리는 사람)’라 일컫는 그의 귀환에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예약 판매분 3500부가 첫날 다 팔렸고, 출간한 지 일주일도 안 돼 3만 부가 넘었다. ‘역시 타자’란 평가다. PC통신 시절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이 은둔형 작가는 온라인 공간에서 소통할 때 훨씬 거침없고 편안해 보인다. 인터뷰 역시 e메일로 진행했다.

―많은 독자들이 기다렸다. 복귀 소감은….

“선비는 사흘 만에 봐도 눈을 닦고 봐야 한다는데 선비는 못 되겠구나 싶다. 이런 점이 나아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부분이 떠오르지 않아서다. 이 책은 첫 글자를 두드리기 시작해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석 달 정도 걸렸다. 공개한 글은 오랜만이지만, 내 재미를 위해 이런저런 글 두드리는 건 계속했다.”

그는 “일과도 읽고 두드리는 것 위주로 돌아갔다”며 과수원 운영설(?)을 일축했다.

이번 장편은 가상의 한 소도시 폐광에 어린 소녀가 갇혀 목숨을 잃는 사건에서 출발한다. 아이를 구하는 데 실패한 보안관, 사랑하는 딸을 잃은 부모의 슬픔 등은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부활과 종말이라는 거대 담론으로 거침없이 확대된다. 특히 식물의 접붙임, 생물의 순환 등을 통해 죽음과 부활에 대한 기발한 개념도 제시한다.

이 작가는 독자에게 자유로운 해석의 여지를 주기 위해 발상, 설정 배경에 대해 함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역시나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의 상호작용, 일종의 ‘나비효과’ 속에서 나오게 됐다”는 답만 돌아왔다. 뚜렷한 주제의식과 탄탄한 전개만큼이나 소설을 흡인력 있게 만드는 건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이들이 빚어내는 위트 있는 상황들이다.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하나.

“그렇지는 않다. 반드시 지키고 싶은 건 앞뒤가 맞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판타지 장르가 매력적인 이유는….

“이야기 내부에서 정합성을 갖추어 리얼리티를 획득한다는 전제 아래 무슨 사건을 일으켜도 상관없다는 점이 즐겁다. 내 경우엔 두드리는 재미를 느낄 때 중요한 이점이다.”

―한국 판타지 문학 활성화를 위해 뭐가 필요하다고 보나.


“어떤 면에서 한국의 판타지 장르는 현재진행형으로 성황 중이다. 죽음 이후의 심판, 움직이는 시체가 들끓는 기차를 다룬 영화도 있었다. 비현실에 대한 관대함을 놓고 본다면 굉장히 호의적 환경이다. 터무니없는 이야기 한다고 핀잔 받을 일 없으니 좋아하는 방식으로 즐겁게 쓰면 되지 않을까.”

이 작가에 대한 팬들의 유일한 불만은 신작 발표 간격이다. 신작에 환호하면서도 ‘앞으로 또 10년을 기다려야 하느냐’는 한탄이 벌써부터 나온다. 작가의 대답은 어떨까.

“아…음…, 전 아직도 재미있을 것 같으면 제 깜냥을 무시한 채 그냥 두드리는 뻔뻔함을 가지고 있다는 말밖에 드릴 말이 없군요.”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드래곤 라자#이영도#오버 더 초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