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가던 조선통신사船… 200년만에 실물로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영암 조선소 복원 현장 가보니



조선통신사선은 17∼19세기 조선 일본 양국의 평화와 교류 증진의 상징이었다. 1811년 일본을 방문한 통신사선이 오사카항에 
정박했을 당시 일본 화원이 그린 모습(오른쪽) 등 당대 문헌 등을 고증해 복원하고 있다. 현재 복원 중인 통신사선(왼쪽)은 
‘조선통신사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1주년인 10월 26일 진수식을 연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조선통신사선은 17∼19세기 조선 일본 양국의 평화와 교류 증진의 상징이었다. 1811년 일본을 방문한 통신사선이 오사카항에 정박했을 당시 일본 화원이 그린 모습(오른쪽) 등 당대 문헌 등을 고증해 복원하고 있다. 현재 복원 중인 통신사선(왼쪽)은 ‘조선통신사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1주년인 10월 26일 진수식을 연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200년 전 일본으로 떠났던 조선통신사들이 출항한 날도 이처럼 맑았을까. 25일 찾은 ‘항구의 도시’ 전남 목포 앞바다는 장마 직전 뜨거운 햇살로 빛나고 있었다. 목포 도심에서 전남 영암군 방향으로 뻗어 있는 목포대교를 건너면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이 주둔했던 고하도가 왼쪽에 나타난다. 오른쪽엔 4년 만에 다시 우뚝 선 세월호가 있는 목포신항이 보인다. 여기서 다시 5km가량 더 들어가면 각종 조선소가 모여 있는 영암 대불산업단지가 있다.

거대한 선박들이 건조·수리되고 있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조선소 한 곳이 있다. 작업장 근처에는 두께만 1m에 이르는 거대한 소나무들이 쌓여 있고, 송진 가루들이 목수들 사이로 휘날렸다. 조금 더 들어가니 육중한 목선(木船) 한 척이 등장했다. 200년 전 조선과 일본의 바다를 오가던 ‘조선통신사선’이 복원되고 있는 현장이다.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뒤 실권을 잡은 에도 막부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1607년부터 시작됐다. 1811년까지 200여 년에 걸쳐 12차례 파견했다. 일본은 조선 사신의 방문을 통해 권력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인삼 교역 등을 통한 상업 발전, 유학 등 선진 문물을 수용했다. 조선에선 일본의 의중을 현지에서 확인할 기회였다.

통신사선은 당대 기술력이 동원된 조선 최대 규모의 선박 가운데 하나. 보통 200∼500명 규모였던 통신사 일행은 선단 5척에 나눠 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정사(正使)가 탔던 배가 현재 복원되고 있다.

건조되는 통신사선은 길이 34.5m, 너비 9.3m, 깊이 3m에 무게는 137t에 이른다. 조선시대 모습과 거의 흡사한 구조로 배의 주요 치수가 적힌 ‘증정교린지(增正交隣志)’와 선박 운항 실태를 기록한 ‘계미수사록(癸未隨사錄)’ 등 당대 문헌을 치밀하게 고증했다. 통신사선의 평면도가 남아있는 ‘헌성유고(軒聖遺稿)’에는 “배 밑은 너비가 한(一)자 반이 되는 네모진 통나무를 옆으로 열한 개를 잇고 가새(장삭)를 박는다”란 기록이 있다. 복원 중인 통신사선 저판(底板·물에 뜨도록 만든 밑판) 역시 11개의 소나무를 촘촘히 엮어 배를 지탱하고 있었다.

통신사선은 조선시대 한선(韓船)의 전형이자 배 밑이 평평한 평저선이다. 이번 복원 과정에서 배의 앞쪽인 선수(船首)는 평면이 아닌 활처럼 40도가량 가파르게 휘어진 구조란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복원 팀을 이끌고 있는 홍순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금강송 중에서도 송진을 많이 머금고 있어 썩지 않는 적심 부분을 주로 활용해 품질과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정은 약 83%. 저판과 좌우 외판을 비롯해 선수와 선미 등 배의 뼈대가 되는 작업은 대부분 마무리됐다. 배의 갑판에 올라서니 2중 구조로 된 양측 난간이 눈에 띄었다. 홍 연구사는 “안쪽 난간은 통나무로 돼 있는데 물막이 역할을 위해 이같이 설계했다”며 “개흙이 많은 우리나라 해안의 특성을 반영해 저판에 일부러 홈을 파놓는 등 복원 과정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지혜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통신사선은 전시품이 아니라 선박안전법 기준을 모두 지키며 건조하고 있다. 완성하면 최대 72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여객선이 된단 얘기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배 내부에 선상박물관을 꾸며 통신사선을 비롯한 조선시대 해양문화유산을 전시할 예정이다. 또 양국에서 해마다 열리는 조선통신사 축제에서도 활용할 방침이다. 통신사선은 10월 26일 진수식을 열고, 본격적인 출항에 나선다.

영암=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조선통신사#통신사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