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물난리” 우이경전철 주변 비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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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시작되자 지하실서 물 콸콸… 서울 수유동 일대 2년째 침수피해
“공사탓 지하수 물길 막혀 역류”
市-區 “시공사에 민원해결 요청”
시행사 “집수정 관리부실… 보상 없어”

지난해 7월 서울 강북구에 내린 폭우로 인해 주민 김정수 씨가 운영하는 마트 창고가 침수됐다. 김 씨는 “경전철 공사 후 폭우가 내리면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김정수 씨 제공
지난해 7월 서울 강북구에 내린 폭우로 인해 주민 김정수 씨가 운영하는 마트 창고가 침수됐다. 김 씨는 “경전철 공사 후 폭우가 내리면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김정수 씨 제공
“아이고, 또 물 올라온다.” 서울에 폭우가 내리던 26일 오전 10시경 강북구 수유동 김정수 씨(71)는 집 지하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물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멘트 바닥 이곳저곳에서 작은 기포를 앞세우며 물이 배어나왔다. 지하 벽면 곳곳에 곰팡이가 피었고 거미줄이 처져 있는 등 장기간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보였다. 김 씨는 삽으로 차오르는 물을 모아 펌프로 퍼냈다. “최근에는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이 모양이다. 원래는 창고로 쓰던 곳인데 이제는 사용하지 못한다.”

같은 시간 김 씨 집 인근의 황기섭 씨(74)도 집 지하실에서 발목까지 찬 물을 대야로 퍼내기 시작했다. 황 씨는 “30년 넘게 이곳에 살았지만 이런 적이 없었다. (2003년) ‘매미’ 같은 큰 태풍이 왔을 때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이날 김 씨와 황 씨를 비롯해 동네 11가구 주민들은 오전부터 지하실에 들어찬 물을 빼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 주민들 “우이경전철 공사하니 침수”


이들 주민은 침수가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7월부터였다고 입을 모았다.

2층짜리 상가주택 주인 황 씨는 당시 지하 1층에서 모자공장을 하던 세입자 박희옥 씨(58)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집수정(集水井·지하에서 사용한 물을 모아 외부로 내보내는 곳) 바닥에서 수도 틀어 놓은 것처럼 물이 나와요.” 황 씨가 가보니 이미 물이 차올라 모자와 양말을 담은 상자가 젖고 있었다.

옆집 나영식 씨(79)도 마찬가지였다. 지하실 계단 아래 있는 집수정과 보일러실에서 물이 새나왔다. 나 씨는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순식간에 지하실 전체가 약 1.5m 깊이로 잠겨 소방차가 와서 펌프 2대로 퍼냈다”고 기억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9월 개통한 경전철 우이신설선을 ‘주범’으로 꼽는다. 우이경전철 공사로 땅을 파내고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침수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 주택 11채가 모인 동네는 우이경전철 4·19민주묘지역과 가오리역 사이에 있다. 동네에서 약 100m 앞 지하로 우이경전철이 지나간다. 우이경전철은 2009년 9월에 착공했지만 다양한 이유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해 9월에야 비로소 운행을 시작했다. 이들 동네 앞에서도 공사를 한동안 멈춘 적이 있었다.

이들은 우이경전철 공사를 하며 판 터널 등의 시설물이 흘러가는 물길을 막아 지하수가 역류해 자신들의 집 바닥을 통해 올라온다고 주장한다. 김 씨는 “왕복 4차로 찻길 건너편 집들은 지어진 시기도 우리와 비슷한데 멀쩡하다. 공사 때문에 물길이 막혀 그런(우리 쪽으로 오는) 거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경전철 공사 중에도 약간의 침수 현상은 간혹 있었지만 퍼낼 정도는 아니었다고도 했다.

○ 시행사 “집수정 관리 부실 탓”

관할 강북구와 우이경전철 운행을 감독하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26일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강북구 관계자는 “침수 피해 민원이 발생해서 시 담당 부처와 시공사 측에 통보했다. 우리로서는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했다.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도 “시행사에 원인을 파악해 민원을 처리해 주라고 했다”고 밝혔다.

시행사인 우이경전철㈜은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태도다. 우이경전철㈜ 관계자는 이날 “보험사에서는 ‘(이들 주택의) 집수정 펌프가 제대로 물을 빼내지 못해 침수가 발생했다. 집수정 관리 부실이 원인’이라고 했다. 보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한국기술사회 등에 의뢰할 준비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우이경전철#물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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