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갑질 논란’에… 사면초가 빠진 인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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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 사법당국 조사 받으면서 새 총장 선출 후보추천委도 못열어
주요 정책 결정은 수개월째 올스톱, 재정난으로 송도캠퍼스 무산 위기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 여파로 5개월이 넘도록 신임 총장을 선임하지 못하는 인하대. 재정난까지 겹치며 송도캠퍼스 조성이 무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아일보DB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 여파로 5개월이 넘도록 신임 총장을 선임하지 못하는 인하대. 재정난까지 겹치며 송도캠퍼스 조성이 무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아일보DB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 여파가 지속되면서 인하대 새 총장 선출이 늦어지고 있다. 학교 돈 수십억 원을 부실 채권에 투자해 손실을 본 사실이 드러나 올 1월 교육부 징계로 해임된 최순자 전 총장 후임을 정하지 못하면서 주요 학교 정책 결정이 수개월째 미뤄졌다.

3년간 연속 적자를 보면서 인하대 재정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평가되는 송도캠퍼스 조성 사업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20일 인하대에 따르면 학교 측은 지난달 말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에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할 교수 4명 명단을 통보했다. 그러나 총장후보추천위는 열리지 못하고 있다. 총장후보추천위는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부이사장이 위원장을 맡고 법인 이사 4명, 교수 4명, 외부 인사 2명을 더해 모두 11인으로 구성됐다. 외부 인사 2명은 동창회장과 법인 추천 인사다. 사실상 법인에서 과반인 6명을 확보했다. 한진그룹의 뜻에 부합하는 총장이 뽑힐 확률이 높은 구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하대 교수회와 일부 시민단체는 총장 선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새 총장 선임을 놓고 내홍이 일어날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교수회는 “외부 인사 1인을 교수 위원들 합의로 정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석인하학원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총장 선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새 총장 선출이 지연되면서 대학의 대외 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송도캠퍼스 조성 같은 주요 정책 결정도 미뤄지고 있다.

인하대는 최근 송도캠퍼스 부지 잔금 총액의 10%인 59억4000만 원과 이자를 비롯해 모두 69억 원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납부했다. 앞서 대학 측은 첨단 캠퍼스 조성을 위해 송도국제도시 11-1공구 교육용지 22만4000m²를 1076억 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인천경제청과 맺었다.

그러나 현재 인하대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용지 매입 비용만 겨우 조달할 수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대가 2021년까지 남은 용지 대금 416억 원을 낸다고 하더라도 강의실, 연구실을 비롯해 대학 캠퍼스를 채울 각종 건물과 시설을 세울 약 3000억 원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전 총장 재임 당시 학교 일각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정석인하학원이 더 투자해줄 것을 주장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 전 총장 재임 기간 2015년 70억 원, 2016년 90억 원, 지난해 120억 원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대 관계자는 “교육부 감사가 최근 끝난 뒤 총장 부재에 따른 업무 공백을 실감하고 있다”며 “학내외 사정으로 송도캠퍼스 추진 같은 주요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하대#한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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