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강남의 반란… “한국당, 너무 못해 찍기 싫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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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여당 압승]민주 첫 강남구청장… 돌아선 민심 왜

1995년 기초단체장을 민선으로 뽑기 시작한 이래 서울 강남구청장은 자유한국당 계열 후보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6·13지방선거에서는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정순균 당선자(66)는 12만928표(46.1%)를 얻어 10만7014표(40.8%)를 얻은 한국당 장영철 후보를 눌렀다. 23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강남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강남구 동(洞)별 득표 현황에 따르면 정 당선자는 22개 동 가운데 세곡동, 일원본·1·2동, 역삼1·2동, 개포4동, 논현동 등 13개 동에서 장 후보를 앞섰다.

○ 득표 차 40% 세곡동서 나와

특히 유권자 3만2279명 가운데 1만9541명이 투표한 세곡동에서는 1만666표를 얻어 장 후보를 5157표 차로 이겼다. 전체 득표 차 1만3914표의 약 40%를 세곡동에서 확보한 것이다.

과거 세곡동은 대부분 지역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으로 지정돼 농촌 같은 풍경이었다. 주민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 대규모 보금자리주택을 조성했다. 무주택자를 위한 중소형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이 늘어나면서 2012년경부터 젊은 세대가 유입됐다. 대학생과 20, 30대 부부 등으로 진보 성향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세곡동 유권자는 22개 동 중에서 가장 많다.

또 일원동, 개포4동에서 정 당선자는 장 후보보다 각각 4402표, 1859표를 더 얻었다. 세곡동과 일원동, 개포4동의 표 차이 합계는 1만1418표. 전체 득표 차의 82.1%가 여기서 나왔다.

강남구 유권자 조모 씨(54)는 “세곡동 보금자리주택 등에 많이 늘어난 젊은 거주자들이 주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들 동은 국회의원 선거구로는 강남을에 속한다. 강남을에서는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2016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됐다.

또 정 당선자가 장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지역은 자영업과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많은 논현동과 다세대주택, 연립주택이 많은 역삼동 등이다. 재건축 사업이 더뎌 세입자들이 많은 지역들이다.

반면 대형 평수 고급 아파트가 많은 압구정동, 청담동, 대치1동, 도곡2동 등에서는 장 후보가 정 당선자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하지만 정 당선자가 이긴 지역보다는 선거인 수가 적다.

○ 일원동 개포동 등서 민주당 세 확장

정 당선자가 다수표를 얻은 세곡동, 개포4동을 비롯한 개포동, 일원동, 수서동, 역삼동, 논현동의 유권자들은 지난해 5월 대선에서도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 세곡동 일원동 역삼동 논현동에서는 문 대통령이 당시 홍준표 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표를 합친 ‘보수 후보 표’보다 더 많이 받았다.

그런데 세곡동 개포동 일원동 수서동에서 정 당선자가 장 후보에게 이긴 표 차는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보수 후보’에게 이긴 표 차를 능가한다. 개포동과 수서동에서 문 대통령은 ‘보수 후보’와 100표 이내로 박빙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정 당선자는 이 두 동에서 장 후보에 비해 3500표 넘게 더 확보했다. 민주당 세가 지난 대선 때보다 확장된 것이다.

최연희 씨(43·압구정동)는 “구청장 선거에 (진보 성향) 녹색당 후보도 나오지 않았느냐.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강사 김주연 씨(38·도곡동)도 “강남에 ‘젊은 부자’가 늘면서 아무래도 ‘배운 사람이라면 진보 세력을 지지해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생겼다”고 말했다.

전임 한국당 구청장에 대한 실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연주 씨(42·압구정동)는 “전임 구청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까지 돼 한국당 이미지가 나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재원 씨(26·세곡동)도 “민주당이 잘했다기보다는 한국당이 워낙 못해 기대감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예윤 yeah@donga.com·김자현·김정훈 기자
#강남#반란#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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