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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하듯… 100g 책 한 권 ‘소설 테이크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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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하듯… 100g 책 한 권 ‘소설 테이크아웃’

박선희 기자 입력 2018-06-14 03:00수정 2018-06-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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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100페이지, 한 손에 쏙
스마트폰 보듯 읽는 작은책 인기… 짧고 감각적인 내용으로 승부
단편소설 한 편에 일러스트를 더해 책 한 권이 뚝딱 완성됐다. 최근 출판사 미메시스에서 펴낸 소설 시리즈 ‘테이크아웃’이 그렇다. 단편 소설은 최소 7, 8편은 모아야 책 한 권으로 묶어 낼 수 있다고 여겼던 통념을 과감히 깨 버린 것. 이 시리즈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가로 11.5cm, 세로 16.8cm)에 한 권의 무게도 100g에 불과하다. 얇은 시집 한 권도 200∼300g인 걸 감안하면 휴대성을 극대화시킨 것. 페이지는 80∼96쪽, 가격은 7800∼8800원이다.

‘무게 다이어트’에 나서는 책이 늘어나고 있다. 출판사 비채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버스데이 걸’을 독일 삽화가 카트 멘시크와 협업해 한 권의 책으로 냈다. 이베이코리아는 ‘신경 끄기의 기술’을 낸 출판사 갤리온 등과 협업해 인기 서적들을 여러 권으로 나눠 권당 무게를 귤 한 개보다 가벼운 99g으로 내린 ‘99g 에디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너도나도 무게를 줄인 책을 내놓는 건 젊은 독자들이 짧고 가벼우면서도 강렬한 이야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간결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한 이들은 묵직한 책을 들고 다니며 읽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테이크아웃’ 시리즈 담당자인 김미정 미메시스 편집자는 “젊은 독자를 만족시킬 방법을 고민하다 단편소설을 가공하면 이동하면서 완독의 즐거움을 느끼기에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이들이 대체재로 읽으려면 무게나 사이즈 모두 갖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내용 측면에서도 정세랑, 배명훈, 김학찬 등 장르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각적인 작품으로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을 섭외했다. 책은 일반 종이보다 가벼운 친환경 재생용지인 그린라이트를 사용해 무게를 확 줄였다.

문학작품의 분량이 짧아지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출판사 걷는사람은 지난해부터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를 내고 있다. 기존 문예지에 발표되던 단편소설 분량이 원고지 70∼80장인 데 비해 이 책은 20∼30장의 아주 짧은 단편들을 수록했다. 백민석, 한창훈, 조해진, 백가흠 등의 글을 모은 ‘이해 없이 당분간’을 낸 데 이어 올해는 강화길, 권정현 등이 참여한 ‘우리는 날마다’를 펴냈다.

기존 소설 작법에서 벗어난 짧은 소설은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자주 보인다.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가 최근 펴낸 단편집 ‘그녀 이름은’, 주물노동자 출신 소설가로 주목받은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은 모두 30장 안팎의 단편으로 구성됐다. 조남주 작가는 “진득하게 앉아서 보는 책도 필요하지만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많아지면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미메시스#테이크아웃#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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