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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서명직후 김정은 면전서 “매우 영리한 협상가”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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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서명직후 김정은 면전서 “매우 영리한 협상가” 칭찬

신진우 기자 입력 2018-06-13 03:00수정 2018-06-13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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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비핵화 합의]화기애애하게 끝난 세기의 담판
나란히 걷는 두 정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업무 오찬을 마친 뒤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내 정원을 통역관 없이 대화하며 산책하고 있다. 두 정상은 정확히 100보를 걸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제공
12일 오전 9시 5분(현지 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 내 카펠라 호텔에 마련된 북-미 정상회담장 입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 레드 카펫을 밟고 동시에 들어섰다. 이틀 전 싱가포르에 입국해 불과 570m 거리를 사이에 두고 숙소를 마주했던 두 정상이 마침내 그 거리마저 좁힌 것.

북-미 정상이 마주 선 건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후 70년 만에 처음이다. 세월의 기다림이 무색하리만큼 양 정상은 서로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손을 꽉 맞잡았다. 전 세계가 주시하는 ‘세기의 악수’는 12초 동안 이어졌다.

○ 70년 만의 만남, 전 세계가 주시

센토사섬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호텔 진입로 주변 인도에는 400명 넘게 취재진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전 8시 16분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차인 ‘캐딜락 원’이 섬으로 진입하고, 14분 뒤 김정은의 벤츠 차량까지 들어서자 회담장 주변의 긴장감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두 정상은 첫 대면에선 경직된 표정으로 서로를 주시했다. 먼저 다가선 건 트럼프 대통령. 악수 도중 김정은의 오른팔을 가볍게 붙잡으며 친근함을 표시했다. 김정은도 안부를 물으며 화답했다. 기념촬영이 이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김정은의 왼팔을 살짝 붙잡은 뒤 안내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김정은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 두 정상은 회담장으로 들어설 땐 서로 등까지 살짝 두들겨 줬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리틀 로켓맨’이라고 조롱하자 김정은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입을 통해 ‘정신 이상자’라고 되갚아주면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듯했던 두 정상은 이날 9분 만에 그 앙금을 풀어낸 듯 서로에게 다가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정말 기분이 좋다. 오늘 회담은 엄청나게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환상적인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했다. ‘자랑’을 좋아하는 그가 평소와 달리 자신을 낮추며 “(회담이 열리게 돼) 영광”이라고도 했다. 김정은도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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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은 38분가량의 단독회담을 끝낸 뒤 바로 배석자가 붙는 확대회담을 위해 2층 발코니를 따라 걸어갔다. 이때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많은 사람들이 이번 회담을 일종의 판타지나 공상과학영화로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회담이 극적으로 성사되기까지 반전을 거듭한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기시킨 것.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스스로 대견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온 것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회담 직전 기자들과 만나 “(단독회담은) 정말, 정말 좋았다. (우리는) 훌륭한 관계”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곁에 있던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할 건가’라는 취재진의 세 차례 질문 세례에도 침묵을 지켰다.

○ 트럼프, 김정은 면전에서 “인성 훌륭하고 똑똑”

확대회담에는 미국 측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북한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이 나섰다. 당초 북측에선 노광철 인민무력상과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배석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김정은은 북한 내 대표적인 ‘미국통’인 리수용-리용호의 외교라인을 가동했다. 확대회담에서 비핵화 및 체제 보장 등 실무 과제를 집중 논의하는 만큼 이들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확대회담은 1시간 42분 동안 이어졌다. 이후 양측은 56분 동안 업무 오찬도 가졌다. 오찬 자리에서 일부 의제와 관련해 더 세밀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 통역 없이 단둘이 ‘1분 산책’

오찬 뒤 두 정상은 건물 밖으로 나와 카펠라 호텔 정원을 1분 남짓 산책했다. 산책 도중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회담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 정말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명하러 가는 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산책 시간은 짧았지만 지난해 날 선 발언을 주고받던 정상들이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만으로도 전 세계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두 정상이 함께한 마지막 일정은 공동성명 서명식이었다. 서명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해 가장 놀랐던 점’을 묻는 취재진을 향해 “인성이 훌륭하고 매우 똑똑하다. 좋은 조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면전’에서 극찬하자 김정은이 활짝 웃었다. 이어 “(김정은은) 매우 능력 있고 영리한 협상가”라면서 “우리는 서로, 그리고 상대국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이날 회담 일정은 오후 1시 49분 마무리됐다. 70년이 걸린 두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은 총 4시간 44분간 이어진 셈이다.

싱가포르=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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