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워싱턴서, 中러시아는 베이징서… 4强정상 한날 ‘북핵 수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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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정상회담 D-3]비핵화 둘러싸고 긴박한 정상외교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7일(현지 시간) 급히 미국을 찾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을 깊이 있게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시간 기준으론 8일 하루에 미일, 중러 정상회담이 모두 진행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8일 오전 3시)을 한 지 15시간 뒤(오후 6시경)에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정상회담’이 시작됐다.

아베 총리는 4월 미국으로 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지 불과 50여 일 만에 다시 미국을 찾았다. 일본인 납북 문제를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절박감이 작용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7일 오후(현지 시간) 미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는 최종적으로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일 간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틀림없이 그것(납치 문제)을 논의할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일본 외무성은 12일 북-미 정상회담에 맞춰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을 싱가포르에 파견한다.

한편 시 주석은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에게 “국제사회의 어떤 변화에도 중러는 서로 핵심 이익을 수호하는 등 각 영역에서 시종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중러는 상호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을 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세계의 불안정성과 불확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략 안보 및 군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북한 체제 보장 등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 등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에 의견을 모으는 등 미국을 견제하는 공동전선을 구축하기로 합의했음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9, 10일 칭다오(靑島)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도 참석한다. 시 주석은 8일 푸틴 대통령을 위해 처음으로 만든 국가 우의 훈장을 푸틴 대통령에게 수여했고 톈진(天津)으로 고속철도를 같이 타고 가는 등 친밀감을 대외에 과시했다.

한편 중러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주요 7개국(G7) 회의에 러시아가 다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등에 책임을 물어 G7의 전신인 ‘G8 회의’에서 쫓겨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G7 복귀’ 카드를 꺼낸 것은 중러 연대를 견제하는 동시에, 미국발 무역전쟁 때문에 ‘반(反)트럼프’ 기조가 거세지는 G6(G7 중 미국 뺀 나머지 6개국)의 불만을 희석시키려는 이중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캐나다 퀘벡에서 막이 오른 G7 정상회의에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필요하다면 (미국을 제외한) 6개국 합의에 서명하는 것을 꺼리지 않을 것”이란 글을 올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서영아 / 파리=동정민 특파원
#북미 정상회담#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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