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막힐때면 ‘해결사’ 역할… 문재인 대통령도 “언제든지 보고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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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정상회담 D-4]서훈 원장 취임 1년… 비중 커진 국정원

청와대 안팎에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문재인 대통령 못지않게 초조하게 지켜볼 사람을 한 명 꼽으라면 주저 없이 서훈 국가정보원장(사진)을 든다. 지난해 말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이른바 남북미 ‘스파이채널’을 가동하며 우여곡절 끝에 북-미 정상회담을 만들어낸 산파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서 원장은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았지만 북-미 회담 상황 점검 때문에 변변한 행사도 못 치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됐다가 극적으로 부활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자 백악관-청와대의 국가안보회의(NSC) 라인 못지않게 국정원-CIA 라인에 의존하는 빈도가 잦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남북 정상회담을 타진하기 위해 김영철과 긴급 접촉에 나선 것도 서 원장이다. 한 관계자는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으로 이동해 회담을 주도하는 데다 비상 상황에는 아무래도 정보라인 말을 자주 들을 수밖에 없다. 북-미 간 비핵화 실무 조율도 국정원이 1차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최근 “국정원은 필요하면 언제든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서 원장도 횟수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북-미 상황을 보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당초 지난해 취임 후에는 국정원장의 독대 보고를 폐지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다.

1년 전 서 원장이 친정으로 9년 만에 돌아왔을 때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국정원 댓글 사건, 국내 정치파트 폐지 등 주로 적폐청산 이슈의 한복판에 있었다. 서 원장이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 핵심 멤버인 데다 북한이 지난해 말까지 연쇄 핵·미사일 도발에 나서면서 일각에선 국정원의 대북 정보기능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선 국내 정보 파트를 없애고 해외 정보라인 강화에 나선 체질 개선 작업이 결과적으로 올해 펼쳐지고 있는 한반도 이슈에 대응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 원장은 취임 직후 국내 정보담당관(IO)을 폐지해 해외, 북한, 방첩, 대테러, 사이버안보 등 분야로 재배치했다. 또 국정원을 △1차장(해외) △2차장(북한) △3차장(방첩)으로 조직을 개편한 데 이어 최근 ‘국가안보 선제대응형’ 체제로 2차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대북 정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정보 수집과 분석 부서를 결합해 해외·대북 정보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 지시 사항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안팎에선 대북 이슈 외에 관련성과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3월 26일 서아프리카 기니만 해역에서 참치잡이에 나섰다가 나이지리아 해적에게 피랍됐던 ‘마린 711’호 선원 3명이 32일 만에 석방된 게 대표적이다. 당시 해적으로부터 몸값을 요구하는 위성전화가 오자 국정원의 해외공작 파트가 여러 채널을 통해 해적 두목과 부두목의 신원을 파악했고, 해외 정보기관과 공조해 해적들이 은신 중인 마을 유력인사까지 접촉한 끝에 석방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최근엔 정부 고위인사 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해외 조직의 해킹 시도를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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