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주52시간’ 혼란 큰데… “준비 충분하다”는 고용부 장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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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장관 발언 논란

다음 달 1일부터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에 근로시간 단축(주당 최대 근로시간 68→52시간)이 시행되는 가운데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이 “준비가 충분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제때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아 지금 노동시장에 대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주무 부처 장관의 현장 인식이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장관은 6일(현지 시간) 국제노동기구(ILO) 총회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용부 기자단과 인터뷰를 갖고 “옛날(2004년)에 주5일제를 시행할 때도 정말 나라가 망하는 것같이, 기업들이 다 도산한다고 했는데 잘 정착됐다”며 “300인 이상 대기업과 그 계열사까지도 (근로시간 단축에) 충분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시행해 보고 잘못되거나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면 된다. 버스업계 등 어려움이 있는 업계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유연근무제 활용 등)을 활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현재 노동시장에는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버스업계는 운전사 8000여 명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추가 채용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출장, 회식, 거래처 식사, 임원 운전사의 대기 시간 등 근로시간으로 정하기 애매한 사례들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아직 없다. 그동안 수수방관하던 고용부가 부랴부랴 다음 주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기업이 대처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 대기업의 노무 담당 임원은 “장관이 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도외시한 채 ‘준비가 잘되고 있다’는 말만 늘어놓아 참으로 놀랐다”며 “정부가 현실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1∼3월) 가계소득동향 조사에서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감소한 것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시장에 나타나려면 6개월 정도 지나야 한다”며 “통계청 발표를 가지고 최저임금을 같이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성급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건 분명하다”며 “그 부분은 지속적으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내에서도 ‘속도 조절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폭 인상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김 장관은 “포괄임금제(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사업장에서 초과근로수당을 급여에 일괄적으로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는 그동안 우리 노동자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러 왔던 부분”이라며 규제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당초 고용부는 이달 중 포괄임금제 관련 지침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세부 사안이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음 달로 미뤘다. 고용부에 따르면 국내 10인 이상 기업 중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비율은 52.8%에 이른다. 특히 사무직에 많이 적용되고 있는데 지침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또 한 번의 ‘인건비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포괄임금제가 금지되는 직종은 초과근로수당을 추가로 더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을 만나 “한국 정부는 ILO 핵심 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 중”이라며 “핵심 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국내법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ILO 핵심 협약을 비준하려면 전교조를 합법화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고용부가 교원노조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전교조 합법화를 추진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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