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병원]아름다운 농촌이 미래 경쟁력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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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원 농협중앙회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필자는 4월 30일 충남 금산군의 ‘부리수통마을’을 찾아 마을주민, 자원봉사자 등 800여 명과 함께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운동에 동참했다. 마을 곳곳에 꽃밭을 조성하고 허전했던 담장에 지역특산물 그림을 그리고 마을 주변의 쓰레기를 손수레로 옮기며 동분서주했다. 연신 땀이 흘렀지만 한층 더 밝아지고 깨끗해진 마을 풍경을 보며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농업계는 지난해부터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감사하게도 1154만 명의 국민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역할을 인정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82%나 됐다.

필자는 만약 개헌이 된다면 농업의 가치가 반드시 헌법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이렇게 국민들이 보여준 전폭적인 지지에 농업·농촌이 보답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봤다. 162조 원에 이르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 중 88%에 해당하는 143조 원이 환경 보전과 관련돼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아름다운 농촌을 만들어 5000만 국민의 ‘힐링’ 장소로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에 농업의 가치를 명문화한 스위스가 식량안보 다음으로 많은 약 20%의 직불금을 경관 보전을 위해 지급하는 것을 보더라도 농촌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정부도 2013년부터 ‘함께 가꾸는 농촌 운동’ 등을 펼치며 농촌마을의 환경 정화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민간의 호응이 이어지지 않아 당초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이에 따라 농협은 민간부문에서 함께 힘을 보태면 농촌마을이 훨씬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뀔 것이라는 생각에 올해 4월부터 전국에서 동시에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번에 추진하는 농촌마을 가꾸기 운동은 1회성의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치지 않고,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되도록 세밀하게 방안을 수립해 실행할 계획이다. 주민들의 참여가 운동의 성패를 가르는 만큼 농업인들에게 마을 가꾸기의 필요성을 꾸준히 알리고, 경진대회를 열어 우수마을에는 시상도 한다. 대학생과 명예이장 등 도시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해외 선진 사례를 연구해 정부와 지자체의 협조를 구하고 경관 보전을 위한 정책도 건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농촌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농촌 활성화는 물론이고 농가소득 증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인구 1만 명의 작은 농촌마을인 일본 유후인(由布院)은 대규모 관광리조트를 개발하는 대신 농촌마을을 살리고 마을 가꾸기에 집중해 연간 400만 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관광산업 발전으로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지역농산물 소비도 늘어 농가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2017년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시민의 44%가 은퇴 후 귀농·귀촌 의향을 갖고 있다. 2016년에는 50만 명이 농촌에 터를 잡을 만큼 농촌은 5000만 국민의 변함없는 마음의 고향이다. 이러한 마음의 고향인 농촌 사랑의 시작은 농촌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5000만 국민이 농촌 가꾸기에 동참함으로써 농촌이 살아나고 농가소득 연 5000만 원 시대를 앞당기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부리수통마을#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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