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센토사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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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센토사섬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다. 비행기로 싱가포르를 경유할 때 반나절 이상 시간이 나면 대개 센토사섬을 들른다고 보면 된다. 센토사섬은 본래 해적의 본거지로 ‘등 뒤에서 죽음을 맞는 섬’이란 뜻의 살벌한 이름을 가진 곳이었다.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를 뜻하는 지금의 이름은 남북한 모두에서 존경받은 리콴유 전 총리가 1970년대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새로 붙였다.

▷센토사섬에는 일본 오사카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다. 김정은은 7세에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에, 중학생 때 스위스에 유학하면서는 프랑스 파리 디즈니랜드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로서는 꼭 들러보고 싶은 곳일 게다. 한국 선수들이 종종 우승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월드챔피언십 대회는 정상회담 장소인 카펠라호텔 인근의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에서 매년 개최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같은 골프광이라면 라운딩 한번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원산 갈마지구를 관광지로 개발하고 싶어 하는 김정은은 센토사섬의 개발에서 배워야 한다. 리 전 총리는 싱가포르를 단지 물류와 금융의 중심지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외국인이 찾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고자 했는데 그 중심 산업이 관광이고 교육이고 의료였다. 엄격한 도덕주의자였던 리 전 총리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카지노는 안 된다”고 완강히 반대하다가 2005년 ‘관광 2015’ 계획을 세우면서 센토사섬에 카지노까지 허용했다.

▷카펠라호텔에서 아름다운 해변 팔라완 비치까지는 도보로 5분 거리다. 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두 정상이 해변까지 함께 걸으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크림반도 남단의 항구도시 얄타는 1945년 미국 소련 영국 정상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의 구상을 처음 논의한 장소로 일약 유명해졌다. 센토사섬이 역사에도 오르내릴 지명이 될지는 이번 회담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북미 정상회담#센토사섬#카펠라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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