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공무원 폭행은 국민안전 폭행… 더이상 묵과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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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대 범죄로 규정해 엄중 처벌

서울의 한 파출소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시민의 경찰관 폭행 모습. 동아일보DB
서울의 한 파출소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시민의 경찰관 폭행 모습. 동아일보DB
충북 보은의 A 소방대원은 1월 구급차에서 환자 보호자에게 폭행을 당했다. 교통사고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그의 아버지가 갑자기 “구급차가 왜 이렇게 속도가 느리냐”며 주먹과 휴대전화로 머리와 목을 마구 때린 것이다. A 소방대원은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또 경남 창원의 B 해양경찰은 지난해 4월 덕동항 부두에서 해삼을 불법 유통하는 어선을 단속하다 바다로 추락했다. 단속에 저항하며 배를 출발시키려던 어부가 바다로 밀어버린 것이다. B 해양경찰은 동료에 의해 구조됐다.


이렇게 공무를 집행하다 폭행을 당해 숨지거나 부상을 입는 경찰, 소방관, 해양경찰 등 ‘제복 입은 공무원’(MIU·Men In Uniform)이 최근 3년간 총 2048명으로 연평균 683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폭행 피해를 입은 제복 공무원들은 대부분 부당한 폭력에도 과잉 대응 논란을 우려해 적법 절차에 따른 정당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만약 경찰관이 폭행 대응 과정에서 상대편이 다치기라도 하면 사비를 털어 치료비를 물어줘야 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경찰이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부상을 입히면 정부가 배상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한 20대 경찰관은 최근 “3년 동안 20번 이상 폭행을 당했다”며 제복 공무원 폭행에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전북 익산소방서 강연희 소방경(51·여)이 병원으로 이송하던 취객에게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더 이상 폭행 피해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4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철성 경찰청장, 조종묵 소방청장,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이 함께 발표한 호소문은 김 장관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제복은 국민을 위한 다짐이자 국민을 위한다는 긍지, 그리고 부여받은 막중한 임무에 대한 명예”라며 “제복의 명예가 사라지고 사기가 떨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제복 공무원도 똑같은 국민으로, 우리의 이웃이고 누군가의 존경하는 아버지 어머니이고 자랑스러운 아들딸이며 사랑스러운 친구 연인”이라며 “그들의 인권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장관은 “제복 공무원들에 대한 욕설과 폭력을 근절해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복 공무원에 대한 폭행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엄중 처벌하기로 했다. 그동안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등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 훈방 처분을 많이 했지만 앞으로는 공무집행방해죄를 엄격히 적용해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공무집행방해죄를 저지르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은 현장 경찰관의 경고와 제지에 응하지 않으면 누구든지 수갑을 채우기로 했다. 소방은 구급대원 폭행 시 전자충격기와 섬광 랜턴 등 자위 수단을 쓸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조동주 기자
#제복공무원#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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