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일가 갑질” 이틀에 한번꼴 폭로… 밀수-탈세 등 21개 의혹, 11회 압수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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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 갑질’ 53일… 위기의 한진家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 세상에 알려진 지 3일로 53일째를 맞는다. 그동안 조 회장 일가의 누적된 비리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수사기관과 정부 부처 10곳이 수사 및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부와 3남매 등 일가족 5명 전원이 대상이다. 이들의 범죄 혐의와 의혹은 21개에 달한다. 검경뿐 아니라 국세청, 관세청,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조 회장 일가 수사에 나섰다. 또 국토교통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압수수색 11차례에 240여 명이 동원됐다. 한진그룹 본사, 대한항공 본사, 조 회장과 3남매의 자택 등을 검찰 3차례, 경찰 2차례, 관세청 5차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이 1차례 압수수색했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 전 전무 등 세 모녀는 수사기관에 공개 소환돼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 이사장은 4일 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다. 앞서 지난달 4일 조 전 전무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은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다. 두 사람과 조 전 부사장 등 세 모녀는 출국이 금지됐다.

사건의 시작은 4월 12일 조 전 전무가 3월 중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유리컵을 던지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폭로되면서부터다. 뒤이어 어머니 이 이사장이 호텔 공사 현장 근로자와 자택 경비원 등 11명을 상대로 폭언과 폭행을 한 동영상과 증언이 공개됐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은 조 전 부사장에겐 이 이사장과 함께 필리핀 국적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가 제기됐다. 조 회장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1998년 인하대에 부정 편입학한 의혹을 받고 있다.

관세청은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직원 등을 이용해 고가의 해외 명품을 밀수했다는 의혹을 집중 조사 중이다. 검찰과 공정위는 조 회장이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에 계열사 건물 관리 업무를 몰아주고, 기내 면세품 납품 과정에서 자녀들의 회사를 끼워 넣어 200억 원의 ‘통행세’를 받게 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2013년 서울 평창동 자택의 인테리어 비용 30억 원을 한진그룹 계열사에 떠넘긴 혐의를 받고 있는 조 회장 부부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또 조 회장은 창업주인 아버지 조중훈 전 회장의 해외 비자금 상속을 신고하지 않고 5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익명 채팅방을 통해 오너 일가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폭로했다. 대한항공 정상화와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4차례 열렸다. 이 집회에는 1700여 명(누적·경찰 추산)이 참여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물컵 갑질#53일#위기의 한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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