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톡톡… 쑥쑥 크는 대학생 스타트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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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A ‘캠퍼스 CEO’ 육성 7년
해외 오일 들여와 화장품 만들고 주사기 재사용 방지 분리기 개발
맞춤형 지원에 15개 대학 참여

숙명여대 앙트러프러너십 전공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수제 강아지 간식 아이디어를 놓고 어떻게 창업할 것인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숙명여대 창업지원단 제공
숙명여대 앙트러프러너십 전공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수제 강아지 간식 아이디어를 놓고 어떻게 창업할 것인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숙명여대 창업지원단 제공
“한국에서 아르간 오일이 이렇게 많이 팔리는데…. 함량은 너무 낮네요.”

지난해 모로코에서 숙명여대에 온 교환학생 이젬 마리엠 씨는 ‘비즈니스 스타트업’ 교실에서 같은 팀이 된 박채린 박예은 씨에게 이런 문제 제기를 했다. 아르간 오일은 모로코 남서부에만 있는 아르가니아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기름이다. 약재나 식용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보습 효과가 뛰어나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기능도 있다.

마리엠 씨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왜 원재료를 파는 고향 아가디르의 친척과 가족은 가난할까.’ 여기서 출발한 이 세 학생은 아르간 오일을 활용한 화장품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부드러운 물결’을 만들었다. 마리엠 씨를 통해 원재료를 적정 가격에 들여올 수 있고 한국 소비자는 양질의 상품을 살 수 있게 됐다.

이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 비용은 학교에서 댔다.

비즈니스 스타트업 과정은 숙명여대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 정신) 전공 수업이다. 일명 ‘캐시 클래스(cash class·현금 수업)’다. 머리로만 창업을 생각하지 말고 제품 완성, 디자인 출원까지 직접 부딪쳐 보라는 뜻에서 학생에게 300만 원까지 종잣돈을 준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에만 스타트업 6개가 생겼다. 김규동 숙명여대 창업지원단장은 “이전에 시도해 보지 않은 방식으로 사고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독려한다”고 말했다.

이 비즈니스 스타트업은 서울산업진흥원(SBA)의 캠퍼스 CEO 육성 사업과 연계된 강좌다. 대학생에게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켜 창업 저변을 넓히고 역량을 강화해 청년 창업가를 만들어 낸다는 구상이다. 2012년 시작해 올해 7년째로 숙명여대 말고도 건국대 고려대 국민대 동국대를 비롯한 서울시내 15개 대학이 참여한다.

연세대의 캠퍼스 CEO 강좌는 실전형 창업 교과로 구성돼 있다. 이 강좌를 들은 김유화 씨(실내건축학과 12학번)는 주사기 재사용을 막는 주사기 분리기를 개발해 판매하는 스타트업 ‘뮨’을 창업했다. 스타트업 경영자도 강좌를 들으며 서비스를 개선한다. 권순범 대표(산업공학과 06학번)의 ‘이큐브랩’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알아서 쓰레기를 압축하고 언제 버리러 가면 좋을지 스스로 용량을 점검하는 쓰레기통을 만든다.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장은 “젊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학생에게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SBA 신직업인재센터 정익수 본부장은 “캠퍼스 스타트업이 서울 혁신성장 엔진이 되도록 계속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아이디어#대학생 스타트업#sba#캠퍼스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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