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군 모으는 김정은 ‘북중러 정상회담’ 추진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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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북 러시아 외교에 정상회담 약속
양측 ‘북-미 회담前 한목소리’ 원해
푸틴 8∼10일 中칭다오 국빈방문… 김정은 합류해 ‘3국 공동성명’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회담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중국을 경유할 때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마침 푸틴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안보·경제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9, 10일) 참석을 위해 8일 방중하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대북 소식통은 1일 “김 위원장이 비행기로 싱가포르로 가는 도중 중국을 경유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때 방중한 푸틴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일 김 위원장이 전날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나 “조러(북-러) 최고 영도자(지도자) 사이의 상봉 실현에 합의를 봤다”며 “양국 외교관계 수립 70주년인 올해 고위급 왕래를 활성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두 정상 간의 회담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 외교장관의 방북은 9년 만이다. 북-러 정상회담을 급히 진행하기 위해 라브로프 장관이 방북한 성격이 짙어 보인다. 특히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북-러 양측은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하루빨리 만나자”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베이징 외교가는 푸틴 대통령이 9, 10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SCO 정상회의 참석차 국빈 방중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칭다오는 북한과 가까워 김 위원장이 비행기로 이동하기에도 수월하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로 가는 도중 경유할 가능성이 있는 남부의 충칭(重慶), 광저우(廣州) 등도 정상회담 지역으로 거론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러 정상이 한반도 문제 해법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를 만들고 싶어 해 이르면 다음 주에라도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망했다. 시 주석까지 가세한 북-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돼 3국이 한반도 문제 해법에 대한 공동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중국에 더는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준 상태여서 중국에서 이런 이벤트가 열릴 가능성을 비교적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장소는 러시아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베이징의 러시아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러시아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1일(현지 시간) “그런(북-러 정상) 회담이 열릴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과 시간은 앞으로 외교 채널을 통해 조율될 것”이라며 “(회담 장소로) 베이징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김정은#북중러 정상회담#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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