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 15분의 꿀잼, 모바일 퀴즈쇼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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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동아일보 본사에서 만난 ‘잼아저씨’ 김태진 씨. 그는 “라이브 퀴즈가 온 국민이 즐기는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1일 서울 동아일보 본사에서 만난 ‘잼아저씨’ 김태진 씨. 그는 “라이브 퀴즈가 온 국민이 즐기는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대학생 국형빈 씨(27)는 요즘 매일 점심시간만 목 놓아 기다린다. 모바일 퀴즈쇼 ‘잼 라이브’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국 씨는 지난주 마지막 문제까지 살아남아 상금을 타기도 했다. 신이 난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우승 ‘인증 샷’을 남겼고, 진행자인 ‘잼 아저씨’가 ‘좋아요’를 눌러주기도 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모바일 퀴즈쇼의 인기가 뜨겁다. 룰은 단순하다. 보통 휴대전화 앱으로 정해진 시간에 접속해 10∼12개 문제를 푼다. 서바이벌 방식으로 방송 진행자가 출제한 문제를 맞히면 살아남고 틀리면 떨어진다. 2월에 출시해 가장 인기가 높은 ‘잼 라이브’는 이달 중순 1000만 원이 걸린 특별 편에 동시 접속자가 21만 명을 넘어섰다. 평일에도 실시간 참가자 10만 명을 웃도는 수준. 후발주자인 ‘더 퀴즈 라이브’나 ‘페이큐’도 평균 접속자가 3만∼4만 명씩 된다.

덩달아 ‘잼 라이브’를 진행하는 ‘잼 아저씨’ 김태진 씨(38)도 화제다. KBS2 ‘연예가중계’ 리포터로 낯익은 그는 2001년 데뷔한 장수 방송인. 하지만 최근 잼 라이브를 진행하며 인기가 급상승했다. 김 씨는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는 데다 무료이고 게임 방법도 간단해서 세대를 가리지 않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며 “SNS로 퀴즈를 제보하는 이들까지 많아졌을 정도라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퀴즈쇼가 이렇게 인기 높은 이유는 뭘까. 많은 참가자들은 ‘특별한 조건도 부담 도 없는 분위기’를 꼽았다. 퀴즈에 참여해 문제를 풀 땐 짜릿한 맛이 있고, 틀려서 떨어지면 시청자 입장에서 쇼를 즐긴다. 특히 잼 아저씨의 ‘아재 개그’와 참가자들의 ‘드립(농담)’이 잘 조화를 이룬다는 평이다. 국 씨는 “사실 ‘N분의 1’로 나눠 갖는 상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재치 있는 퀴즈를 풀며 진행자와 드립을 주고받는 게 ‘꿀잼’”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정은 씨(24·여)도 “점심 저녁에 15분 정도만 투자하면 돼 큰 무리가 없다”며 “동료와 점심을 먹다가, 혹은 친구와 술을 마시다 함께 즐기곤 한다”고 전했다.

최근엔 이런 모바일 퀴즈쇼의 열기가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으로도 옮아 붙는 모양새다. MBC ‘뜻밖의 Q’나 tvN ‘놀라운 토요일’ 등 퀴즈쇼와 비슷한 예능 프로그램이 속속 론칭하고 있다. 하지만 성적표라 할 수 있는 시청률은 기대에 못 미친다. 토요일 지상파 황금시간대에 배치됐는데 4%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 지상파 PD는 “시청자들이 직접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 등을 도입했지만 참여율이 아직은 저조한 편”이라고 털어놨다.

요즘 TV 방송이 모바일 포맷을 벤치마킹하는 ‘역수입 현상’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퀴즈쇼는 이미 승부가 모바일 쪽으로 기울었단 평가가 많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해외에서는 미국 ‘제퍼디(Jeopardy)’처럼 TV 퀴즈쇼가 스테디셀러지만, 주로 오랜 팬인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대부분”이라며 “국내 젊은 세대는 SNS에 익숙하고 직접 참여하려는 욕구가 강해 정적인 스튜디오 예능으로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모바일 퀴즈쇼#잼 라이브#김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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