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찍으면 퍼진다… 예술 빙자 음흉한 취미생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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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산업 뺨치는 ‘비공개 촬영회’

“모델과의 거리는 2∼3m를 유지해야 해요. 사진은 가능하지만 영상은 안 돼요. 물론 ‘터치’도 절대 안 돼요….”

3년 전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비공개 촬영회’에 참가했던 A 씨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이른바 ‘촬영 규칙’이다. A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지를 보고 참가했다. 그는 “스튜디오 측이 모델의 노출 사진을 여러 장 올리며 홍보한다. 호기심에 게시물을 클릭하면서 비공개 출사(출장사진)를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직 예술성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공개 촬영회 사진의 상당수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예술사진과 거리가 멀다. 여성 모델의 자극적인 포즈는 물론 신체 일부를 노골적으로 포착한 사진이 많다. 심지어 남녀의 성관계 장면까지 찍은 사진도 확인됐다. 사실상 ‘포르노’에 가깝다. 게다가 일부 비공개 촬영회에서는 전체 진행 과정을 몰래 동영상으로 찍는다. 이렇게 생산된 사진과 영상이 오랜 기간 은밀하게 거래되며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신종 ‘포르노 산업’이라는 지적이다.

○ 10여 년 전부터 은밀하게 퍼졌다

비공개 촬영회는 2005년 무렵 국내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본보가 취재한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공개 촬영회 콘셉트는 일본의 포르노 영상을 모방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사진 노출의 수위가 지나치게 높은 이유인 셈이다.

비공개 촬영회 참가자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다른 참가자와 주고받는 게 관행이다. 최근 경찰에 붙잡힌 유출자가 활동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공개 출사 교환·판매’ 관련 글이 수십 개나 올라와 있었다. 모델 한 명의 사진 수백 장이 1만∼5만 원에 팔리고 있었다. 3년가량 비공개 촬영회에 참가한 B 씨는 “한 번 참가비가 수십만 원이라 자주 갈 수 없다. 그래서 다른 참가자가 찍은 사진을 e메일로 주고받는 게 보통이다”라고 털어놨다.

일부는 촬영 장면을 영상으로 찍기도 한다. 국내 주요 웹하드 3곳에서 비공개 촬영회 사진뿐 아니라 영상도 다수 확인됐다. ‘비공개 출사’라는 제목의 사진을 판매하는 C 씨는 “원래 출사 촬영 중에는 영상 촬영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영상이 온라인에 돌고 있다. 사진과 달리 영상 속 모델들의 표정에서 강압적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여성 모델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걸 목격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촬영을 빌미로 모델의 신체에 성기구를 접촉하거나 손을 대는 식이다. 몸매를 품평하며 성희롱을 일삼기도 한다. 사진업계 관계자 D 씨는 “모델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 일부 촬영자가 욕을 한다. 이런 상황을 알거나 뻔히 보면서 계속 촬영하는 사람도 성범죄 가해자 아니면 방조자”라고 말했다.

○ ‘새 얼굴’ 찾으려 미성년자도 가리지 않는다

비공개 촬영회가 은밀하게 뿌리내린 배경에는 고급 카메라 보편화로 사진업계 사정이 어려워진 탓도 있다. 비공개 촬영회가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다. 일부 스튜디오는 촬영자 대신 모델을 섭외하고 장소를 빌려준다. 촬영자는 모델의 외모와 인지도 등에 따라 10만∼30만 원의 참가비를 낸다. 비공개 촬영회로 유명해질 경우 스튜디오 매매 때 수억 원의 권리금이 붙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호회원 중에는 비공개 촬영회 사진만 집중적으로 모으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출사 모델 컬렉션’을 모으는 촬영자들은 새로운 모델을 선호한다. 10차례 참가 경험이 있는 E 씨는 “노출 수위가 높다 보니 여러 차례 촬영하는 모델은 많지 않다. 그래서 ‘뉴페이스 출사’ 같은 광고가 뜨면 평소보다 2∼3배 많은 촬영자가 몰린다”고 말했다.

새 얼굴을 모델로 세우기 위해 일부 스튜디오는 계약 때 자세한 노출 수위를 알려주지 않는다. 일단 도장을 찍고 촬영이 시작되면 모델은 강압적 분위기와 유출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촬영 요구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돈이 필요한 일부 미성년자가 모델로 나서기도 한다. 강모 씨(24·여)는 만 16세 때 ‘피팅모델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서울 강남의 스튜디오를 찾아갔다가 비공개 촬영회의 ‘덫’에 걸렸다. 강 씨는 “처음에는 수위가 그 정도인지 몰랐다. 어쩔 수 없이 찍는 과정에서 자포자기할 수밖에 없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절대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은지 기자
#포르노산업#비공개 촬영회#예술 빙자#음흉한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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