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54조원 對中 관세폭탄 수입품 목록 6월 발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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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관세보류 합의와 달라져… 무역갈등 다시 거세질듯

“치명적 제약에 처한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큰 노력을 기울여 최대한 빨리 난관을 돌파하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은 2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9차 중국과학원 원사(院士·과학 분야 최고 권위자에게 주는 명예 호칭) 및 14차 중국공정(工程)원 원사 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중국 과학자 1300여 명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시 주석은 “(첨단 과학기술의) 자주혁신 능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며 “(핵심 기술) 혁신 주도권과 발전 주도권을 확실히 손에 쥐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이 이날 ‘치명적 제약’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첨단과학 분야의 기초기술 부족과 함께 미국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산업 발전을 견제해 왔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의 융합을 통해 중국의 산업이 세계 경제 가치 사슬의 고점으로 올라가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중국이 강성하고 부흥하려면 반드시 과학기술 발전을 힘차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과 도전과 사명이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며 “어려움에 굴복하지 말고 전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중국 정부 차원의 첨단 과학기술 굴기를 미국이 견제하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면서 ‘미중 간 하이테크 패권 경쟁’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중이 협상을 진행하면서 마찰이 다소 완화됐으나 올해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갈등은 미국의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를 미국이 억제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졌다는 게 중국 측 시각이다.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는 정보기술(IT), 자동화기기, 로봇 등 첨단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중국제조 2025’ 분야 산업에 지원과 보조금을 집중 배정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런 행위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약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이달 베이징과 워싱턴에서 각각 열린 1, 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제조 2025’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중국이 거부했다.

4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관세 폭탄도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산업에 집중됐다. 미국이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인 ZTE를 정조준해 미국 시장에서 몰아내는 강도 높은 제재를 시행하자 미국 의존도가 높았던 ZTE가 문을 닫을 위험에 처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시 주석의 하이테크 패권 경쟁 선언 하루 뒤인 29일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500억 달러(약 54조 원)어치의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다음 달 15일까지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달 열린 1, 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 양측이 타협하면서 관세 부과 계획이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중 무역공세를 계속할 것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백악관은 또 산업적으로 중요한 기술 취득과 관련된 중국의 개인과 단체에 대한 투자 제한 및 수출 통제 강화 방안을 6월 말까지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WTO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소송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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