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상여금 지급 주기 변경, 노조 반발로 어려울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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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명절-격월 간격으로 지급
月지급 가능하게 특례조항 뒀지만 단협에 규정된 기업은 개정 힘들어

재계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업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적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의 불만은 모든 정기상여금이 아니라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월 단위로 상여금을 주는 기업은 드물고, 대부분의 기업이 두 달 이상 간격으로 상여금을 준다. 기존 상여금을 매달 나눠 주는 방식으로 바꾸려면 노조의 동의가 필요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정기상여금은 설·추석 명절과 분기별, 격월 지급이 일반적인데, 단체협약에 정기상여금 규정이 있는 기업의 경우 노조의 동의가 필요해 적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조가 있는 기업은 여전히 노조 동의 없이는 정기상여금 지급 방식을 변경할 수 없어 산입범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는 개정안은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노조 입장에선 월 단위 상여금 지급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개정안에 따르면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의견만 청취해 사용자가 정하면 된다. 노조가 있더라도 취업규칙(사규)에 지급 주기를 규정했다면 회사가 노조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특례조항을 뒀다. 문제는 노조가 있고, 정기상여금의 지급 주기를 단체협약으로 규정한 곳이다. 주로 강성노조가 있는 대기업이 이에 속한다.

실제로 올 초 현대중공업 노사는 정기상여금 지급 주기 변동을 두고 한 차례 진통을 겪었다. 현대중공업은 2016, 2017년 임·단협에 짝수 달과 설·추석에 지급하던 상여금 800% 중 300%를 매달 25%씩 주는 것으로 바꾸려 했다. 노조는 반발했고, 이에 다른 수당을 올려 실수령액을 소폭 인상하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타결됐다.

강성 노조로 유명한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임금 총액을 높이기 위해 수당을 늘리는 방식으로 임금 협상이 이뤄져 왔다. 그래서 임금 총액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기본급이 크지 않은 편이다. 재계에 따르면 정부 계획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된다면 현재 상여금을 격월로 지급하는 현대차 내에서도 법적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생겨나고 결국 임금 상승 폭은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추 실장은 “결국 강한 노조가 있는 대기업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근로자 사이에 임금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유성열 기자
#상여금#최저임금법#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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